비행이란 이런 것

100일의 듣기 여행-96일 차(호주에서 일본)

by 유진아

미루던 일이 다가왔다. 긴 비행. 직항이 아니고서야 뉴질랜드에서 한국을 오가는 항공편은 대개 동남아나 중국 등을 거쳐 돌아오기 마련이었다. 나는 한 시간이라도 비행시간이 느는 게 싫었고, 공항 대기시간이 긴 건 더 싫었다. 시드니, 케언즈에 이어 오사카를 들르는 경로는 일반적인 경유 코스는 아니었지만, 한국까지 거의 직선코스였다. 중간에 쉬엄쉬엄 오며 긴 비행은 피했다. 그래도 케언즈 오사카는 일곱 시간 넘게 비행해야 했다. 열 시간 이상 비행기를 탄 적도 있으니 이 정도야 싶기도 하지만 비행기 안에서의 시간은 도통 적응되지 않는다.


먼 거리로 이동할 땐 하루가 이동만으로 다 찬다. 끼니를 챙겨 먹고 짐을 싸고 택시를 타는 데 오전이 지났다. 공항에 도착해 커피를 마시고, 점심으로(맛없고 비싼) 피자도 한 판 사 먹었다. 이제 더 이상 쓸 일이 없는 돈을 소진하기 위해 사람들은 남은 돈을 털고, 다른 선택지가 없는 공항에선 모든 게 비싸다. 한참 기다릴 걸 알아도 넉넉히 도착해야 마음이 편해 일찌감치 왔는데 1시 비행기가 2시로 연착됐단다. 그에서 더 미뤄져 게이트가 열린 게 2시 15분, 비행기가 뜨기는 3시였다.


저가항공이었지만 이 노선을 이용하는 손님이 별로 없는 건지 세 자리씩 되어있는 좌석에 꽉 찬 곳이 드물었다. 나도 혼자 한 줄을 차지해 비교적 편히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러나 비행기가 편해 봤자다. 앞뒤로 막힌 의자 간격 사이에서 기지개도 켜어보고 양반다리도 해가며 꿈지럭 대지만 불편함은 가시지 않는다. 이동진 작가는 언젠가 인터뷰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비행기 옆자리에 탄 사람이라고 말했다는데, 좁은 자리에서 씨름하다 보면 그 마음이 확 이해가 된다. 시간이 갈수록 얼굴도 눈알도 건조해진다. 저가 항공은 식사는커녕 물도 사 마셔야 하는 형편이고, 영화도 구매해야 볼 수 있다. 필요한 사람만 지불하는 시스템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은 드나, 내가 낸 돈은 생각도 않고 좀 매정하게 느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비행할 때만큼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을까. 마음껏 비즈니스 석에 타봤으면!


원래대로라면 7시 반, 한 시간 연착해도 여덟 시 반 이리라 생각하고 과일 모둠만 간식으로 들고 탔는데 아홉 시에야 겨우 하차다! 배낭 하나여서 입국까지는 초소속이었으나, 나와서도 갈 길이 멀었다. ATM을 찾아 돈을 뽑고, 물부터 사 마시고, 티켓을 사서 난바까지 오고, 난바에서 호텔까지 가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지하철 티켓을 샀는데 잘못 사서 환불하고, 도착한 역에서 출구를 못 찾아 헤매다 호텔에 오니 11시. 그때서야 편의점에서 산 삼각김밥과 라멘을 흡입한다.


비행기에선 아무리 길게 자도 피곤하다. 휴, 이제 거의 다 온 모양이다. 지친 몸은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