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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퇴사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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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아 Nov 27. 2017

백수 할인과 자매 연대

백수의 경제 생활



백수 생활 석 달이 지났다. 백수 과로사한다는 말을 실감할 만큼 바쁘게 지냈지만(놀았지만?) 통장 잔고는 거의 줄지 않았다. 확실히 일을 쉬니 씀씀이가 줄었다. '근검절약해 오래오래 백수생활하겠다'는 다짐으로 소비를 줄이기도 했지만, 사라진 지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령 점심값. 출근할 땐 도시락을 싸가지 않는 이상 매일 점심을 사 먹어야 했고, 일터에서 유일한 낙이 점심시간의 휴식이기에 날마다 '맛있는 거'를 찾곤 했다. 식사를 마치고도 바로 사무실로 들어가기 싫어서 커피 자주 사 마셨다. '시발비용'이란 것이 줄었고, 백수라 교통비도 옷값 등도 다 줄었다. (좋아하는 거 하나쯤은 정신건강을 위해 사치할 필요가 있으리라 생각하며 커피만은 못 줄였다^^;;)


현대인들은 너무 많은 물건을 가지고 산다. 우리 언니(와 엄마)도 저장 강박이 아닐까 싶게 물건을 쟁여두고 쌓아둔다. 하여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일단 자매 카톡을 통해 묻는다. 대개 7~80프로는 해결. 알뜰한 세 자매 카톡방에는 사정이 생겨 못 가게 된 영화표나 미술관 표, 전시회 표도 공유되고, 각종 할인 이벤트나 경품 응모 같은 정보가 흔했다. 대개의 수혜자는 나.


지출을 할 때도 한껏 할인된 가격을 누릴 수 있었다. 특히 항공권. 퇴사를 할 때 끝까지 아쉬웠던 것은 추석 상여금이었다. 월급의 반이 넘었으니 탐이 날만 했다.(두 달만 버텨볼걸 하고)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옛 직장동료들이 썼다는 해외여행 비용은 제일 저렴한 항공권과 서너 배는 차이가 났다. 황금연휴밖에 길게 쉴 도리가 없는 직장인들은 상여금보다 더 많은 돈을 쉬기 위해 써야했다. 그 얘길 들으니 아쉬움도 할인된 기분. 백수는 무조건 최저가로 가능하니!


또한 백수는 시간이 여유가 있어 급작스런 단기 고소득 알바를 할 수 있다. 나는 지인을 통해 캠프 인솔자 같은 것으로 약간의 수입을 얻었다. 긴급 조카 돌보미로 언니에게 약간의 용돈을 받기도^^ 매일매일 일하지 않더라도 생각보다 틈틈이 할 수 있는 일은 잘 찾으면 많다. 단기라면 대개 일당도 센 편이고. 물론 평생 그렇게 할 수야 없겠지만, 고소득 단기 알바는 가끔 긴장감도 가질 겸, 백수 기간도 늘리기에 아주 굿이다.


주의할 점은 시간이 많다고 여기저기 불려 다니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내 스케줄을 짜지 않으면 남이 내 스케줄을 짠다. 시간도 돈이고, 나는 쉼을 위해 내 돈을 쓰는(벌지 않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평소엔 바쁘고 시간이 안되어서라도 잡지 못했던 약속이나, 다른 사람은 바빠서 못 들어줄 부탁 같은 것이 백수에게 밀려든다. 내 취향과 상황, 상태에 맞게 거절이 필요하다. 가치 있게 내 쉼을 누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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