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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퇴사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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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아 Dec 10. 2017

멈추고 나면 알게 되는

유예기간 동안의 일

이제 곧 그 기간도 끝나긴 하지만, 내가 직장을 그만두었을 때 완전한 백수는 아니었다. 아직 대학원 수업이 한 학기가 남아 반백수 상태였던 것. 일과 공부를 함께 하는 동안 공부만 할 수 있길 바랐었는데, 결국 그 시간을 만들었다.


일을 그만두고 먼저 느낀 것은 내가 참 바빴구나였다. 아니! 하나만 해도 이렇게 할 게 많은 데 어떻게 두 개를 하고 있었지? 사실은 제대로 한 게 아니었다. 수업은 출석만 겨우 하고, 과제나 발표는 내용에 상관없이 제출하기에만 급급했다. 미뤄둔 일들은 얼마나 많던지. 


꼭 읽어보라 했으나 읽지 못했던 책들, 매 수업 전에 읽어가야 할 책들을 이제야 읽기 시작했고, 마구잡이로 쌓아놓았던 프린트물 2년 치를 한꺼번에 정리했다. 폴더 구분 없이 담아 둔 외장하드며, 여기저기 흩어진 USB 파일들은 또 어떻고.


퇴사 후 첫 달은 (졸업 전에 해치워야 했던) 영어 시험과 종합시험을 한꺼번에 보느라 분주했다. 그리고 둘째 달에 각종 정리들을 대강 끝내고 드디어 잠시 여행이라도 다녀오고 나니 학기 절반이 지나 기말 과제를 준비해야 했다. 졸업논문? 음.. 그건 수료하고 준비하는 거 아니었나? 


참 바쁘다. 우린 참 바쁘게 산다. 많은 일들을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여러 취미활동을 하거나,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벅차다 싶어서 하나를 멈추고 나면, 한숨 돌릴 것 같은데 여전히 바쁘다. 그런데 잘 하고 있는 걸까? 하나를 멈추고, 또 멈추면 알게 된다. 내가 너무 정신없이 살고 있음을, 그래서 어쩌면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음을, 정말 중요한 것은 놓치고 있을 수도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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