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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아 Feb 24. 2018

관계 다이어트, 스케줄 다이어트

줄여야 하는 것은 일만이 아니다

는 바빴다.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잡다한 데 관심이 많아 다니는 데가 많았고, 좀 쉬어야지 하면서도 한주에 약속이 두어 개씩은 있었다. 아주 가끔씩 만나지만, 늘 적절한 말을 해주는 멘토 같은 분이 계신다. 하루에 두세 개씩 일정을 다니기도 하는 나에게 그가 했던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내가 내 스케줄을 짜지 않으면, 남이 내 스케줄을 짠다


그랬다. '이번 수요일에 시간 돼? 주말에 어디 여행 갈까? 시사회 표가 생겼는데 갈래?'하는 요청들에 거절한 적은 거의 없었다. 싫은데 억지로 나간 것은 아니었지만 계획이나 우선순위를 먼저 정하고 나머지 일정을 정하는 게 아니라, 차있지 않는 한(혹은 조절해서라도) 대부분의 물음에 OK를 했고 하는 일 없이 바빴다. 사람 만나는 것도,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영화나 연극이나 미술전시나 어떤 공연이나 보는 것을 좋아하긴 했지만, 요청에 답하기 전에 내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를 고려하지 않았다.


나빴던 것은 나에게 그것들이 이로운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흔히 어릴 때 친구가 진짜 친구다라는 말들을 한다. 운이 좋게도 나에겐 초중고 동창이 꽤 되었고, 그중 여럿은 결혼하고도 같은 동네에 산다든가 같은 교회에 다닌다든가 하여 지금도 자주 보곤 한다. 

'친구란 좋은 것이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 내 믿음이었다.


정말 그랬을까? 어느 순간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 어딘지 모르게 허탈하고 진이 빠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뭘까. 맛있는 걸 먹고, 실컷 수다를 떨고 즐겁게 시간을 보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의식했든 안 했든 어떤 친구는 늘 본인이 겪은 스트레스나 부정적인 감정을 늘어놓았고, 어떤 친구는 몇 시간 동안 자기 자랑만 늘어놓고 갔다. 흔히 말하는 감정의 쓰레기통이 된 셈이었다. 


취향이 너무 다른 경우도 있었다. 나는 책이나 영화나, 여행을 좋아하지만 쇼핑엔 도통 관심이 없었다. 관심 없는 주제인 옷이나 가방이나 화장품, 혹은 시술에 대해 종일 듣고 있는 것도 고역이었다. 그제야 드는 생각은 '친구도 좋고, 관계도 좋지만, 우선 내가 좋아야겠다.' 였다.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줄여야 할 것은 일뿐이 아니었다. 소모적인 관계, 무의미한 일정은 없었는지?

백수가 되어서야 나 자신 그리고 나의 시간, 생활, 삶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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