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뉴질랜드에만 있는 교회

100일의 듣기 여행-79일 차(뉴질랜드 트와이젤)

by 유진아

마운트쿡으로 가는 연결 편 차량 시간이 맞지 않아 묵게 된 트와이젤은 달리 할 일 없는 동네였다. 차가 있으면 인근 연어 양식장이 있는 호수에라도 다녀올 텐데, 트레킹 삼아 걷는 것도 걸을만한 길이어야지 거기까지는 그저 찻길이라 마땅치 않았다. 다만 멀찍이 설산이 보이는 풍경 정도가 볼거리라 정말 휴양만 하려고 온다면 유용할 수도.


트와이젤의 중심엔 각종 버스가 서는 중앙 정류장이 있고, 바로 그 맞은편에 교회가 하나 있다. 그런데 이 교회는 좀 특별했다. 가톨릭 교회와 성공회 교회, 장로교회가 한 건물을 사용하는 것. 더구나 성공회와 장로교회는 같이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한 뿌리에서 나왔지만 구교와 신교로 갈라져 각기 다른 길을 가는 기독교가 이런 모습으로 같이 하다니, 기독교인이라면 신기하게 여길 상황이다.


뉴질랜드에서 교회가 공간을 같이 사용하는 경우는 드문일은 아니다. 많은 한인교회들이 현지 교회랑 같은 건물을 사용하면서 시간을 달리하곤 했다. 그런데 이렇게 교파가 다른 교회들이 함께 하는 건 아무래도 이색적이다. 정말이지 뉴질랜드가 아니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거 같다. 제니스에게 듣기로 모투에카의 어느 교회는 가톨릭, 개신교가 한 건물에서 예배를 드릴뿐 아니라, 한 목회자가 집례를 한다고. 아마도 처음엔 따로 있었으나, 부득이 공석이 생기면서 겸직을 한 게 아닐까.


교리 때문이 아니라도 한 건물을 분할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공간을 사용하면, 서로 배려 없인 어려울 텐데. 공간을 꾸미거나 청소하는 문제, 각종 비품과 공공요금의 비용분담 등. 한 공간을 사용한다는 것은 아주 작은 것까지 부딪힐 수 있으니 말이다.


이는 사람 수는 적으면서,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서 고안해낸 합리적인 판단이리라. 그러나 이런 판단도 서로에 대한 용납과 이해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뉴질랜드에 비할 수 없이 공간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선 성도수와 상관없이 교회건물을 고집하고 있으니. 워낙 국적, 출신, 문화적 배경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라답게 유연성이 뛰어난가 보다. 개신교 내부에서도 통합하지 못하는 우리 현실을 보면, 뉴질랜드의 소통 능력이 부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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