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포는 끝까지 먹어야 한다

by 유호현 작가

이름이 재미있어 기대 없이 주문한 짬뽕집이 있었다. 완뽕. 인터넷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개그맨 박명수씨가 만든 말이며 짬뽕을 국물까지 남김없이 먹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진한 국물이 일품이었지만 짬뽕은 나트륨이 걱정되어 다 마시지는 않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돼지국밥, 평양냉면은 한 호흡으로 끝까지 먹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폴라포의 마지막 농축액을 생략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오랜만에 아내와 조조로 영화를 보러 갔다. 관객은 우리 포함 6명 남짓이었다.

요즘은 보고 싶은 영화를 집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세상이라지만 역시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걸 다시 느꼈다.

집에서 영화를 보면 일시 정지 버튼이나 빨리 감기를 누를 때가 있다. 물을 가지러 가거나 중간에 책을 읽기도 한다. 모르는 단어나 실제 사건이 나오면 꼭 조사를 한다. 그러고 보면 나는 영화에 꽤 무례한 관객이다. 그래서 두 시간짜리 영화를 보는데 네다섯 시간은 기본이고, 심지어 며칠을 망라하기도 한다.

극장은 일시 정지와 건너뛰기 버튼을 누를 수 없으니 한 호흡으로 끝까지 보게 된다. 긴박과 지루함을 모두 견디면서. 집에서 보는 영화가 족욕이라면 극장 영화는 감정의 욕조 같다. 쉽게 몸을 빼지 못한다. 족욕도 좋지만 욕조에서 나오는 기분은 더 좋다. 특히 엔딩 곡이 절정으로 향할 때 극장을 나서면 문 안에서의 선명함 못지않게 문밖에 남는 아련함도 참 좋다. 이것은 한 호흡이 준 선물이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처럼 길고 지루하게 말하는 친구가 있었다. 이야기를 시작하면 적어도 10분에서 20분이라 그 친구가 입을 떼면 마른침이 삼켜졌다. 우리는 오래 친해지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저런 기회로 우연히 자주 만나게 되었다. 오래 만나다보니 정직함, 솔직함, 겸손함, 자비로움, 책임감 등 여러 좋은 특성들을 알게 되었다. 그 친구의 이야기는 여전히 길지만 그만큼 더 깊어진 마음으로 더 경청하게 되었다. 더구나 꾸밈없는 이야기라 여운이 남았다. 띄엄띄엄 알았다면, 나는 그런 좋은 친구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국물의 끝맛, 영화의 엔딩, 사람의 진심. 한 호흡이 주는 선물이다. 좋은 인연은 늘 길고 오래 만나고 싶어진다.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28화뒷담화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