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의 일출

작가의 비유 노트 마지막편

by 유호현 작가

아침 태양이 떠오르면 세상은 다시 제 모습을 갖추어간다. 어떤 것은 피어나고 어떤 것은 다시 드러난다.

집에서 걸어 10분 거리에 대봉교역이 있다. 대구 도시철도 3호선의 지상철 역이다. 대봉교 표지판은 일출 같기도, 일몰 같기도 하다.

내 하루는 오전 5시에 시작된다. 이것저것을 하다가 7시 25분, 집의 모든 불을 끄고 출근한다. 신천동로로 차를 올리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면 대봉교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점점 멀어지다 결국 사라지는 표지판이 꼭 일몰 같다.


아늑한 집으로부터의 일몰.

아득한 귀가의 일몰.


반대로 긴 퇴근길 끝에 대봉교 표지판이 보이면 이미 귀가한 것 같다. 유턴을 하고 골목을 지나 지하 주차장에 주차까지 하려면 10분이나 더 남았지만, 기억의 햇살은 집안 구석구석을 비춘다.

귀가의 일출이다.

회사 근처 코스트코를 두고도 죽어라 생각나지 않던 것들이 편의점이나 동네 과일 가게 앞에서 떠오를 것이다. 빵, 과일을 사서 집에 들어가면 아내와 따뜻한 저녁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겠지. 퇴근 이후의 시간은 무엇이든 즐겁다. 지루할 틈이 없다.

그처럼 대봉교라는 단어가 햇살스럽다.

지난 주말 아내와 신천 둔치에서 산책하다가 어린 왕자 놀이를 했다. 몇 걸음 옮길 때마다 대봉교 표지판은 일출이었다가 일몰이었다. 쉰을 앞둔 중년 부부는 그게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깔깔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일출
일몰

[작가의 비유 노트] 브런치북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다음 브런치북 구상을 위한 하프타임이라 여겼다. 그런데 어느새 30편이 되었다.

작품은 일몰을 앞두었지만 ‘비유 노트’라는 단어가 언제든 사유의 일출이 되어 다음 이야기를 비추길 바란다.


이제 작가의 비유 노트 브런치북을 마칩니다. 동료 작가님들, 독자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KakaoTalk_20260225_205155494_05.jpg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29화폴라포는 끝까지 먹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