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가며 남기는 것
엄마가 다육이를 잎꽂이로 번식하는 걸 보게 됐다.
잎 하나를 떼어 젖은 흙 위에 올려두는 방식이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나도 잎 하나만 떼어달라고 했다.
잎을 흙 위에 올려두고 며칠이 지났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았는데
어느 날 보니 잎 끝에서 뿌리가 나와 있었다.
조용히, 아주 작게.
며칠을 더 기다리자
이번엔 애기 잎이 나기 시작했다.
애기 잎은 엄마 잎의 수분과 영양분을 받아
점점 자라났다.
그동안 엄마 잎은 서서히 말라갔다.
눈에 띄지 않게, 그러나 분명히.
애기 잎은
엄마 잎이 먼저 내려놓은 뿌리를 따라
자기 뿌리를 더 깊게 내렸다.
이제는 엄마 잎이 없어도
스스로 땅의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
그쯤 되었을 때
엄마 잎은 완전히 말라 있었다.
더 이상 역할이 없어진 잎은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남은 건
깊게 뿌리를 내린 건강한 애기 잎이었다.
이 애기 잎도
언젠가는 자기 잎 하나를 떼어
또 다른 애기 잎을 만들어내겠지.
그 과정을 보고 있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 같다.
우리 엄마 같다.
내 딸 같다.
한때 싱그러웠던 우리 엄마도
자기 잎 중에서 가장 예쁘고 건강한 잎 하나를 떼어
낯선 땅에 뿌리를 내렸을 것이다.
그 자리에서
나라는 애기 잎이 나왔고
그 애기 잎을 키우기 위해
엄마는 자신의 싱그러움은 조금씩 내려놓았을 것이다.
말라간다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엄마 잎과 닮은 애기 잎을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엄마 잎은 다 말라
더 이상 싱그러움은 찾아볼 수가 없게 됐다.
그래도
행복했을 것이다.
지금 내가
내 잎 중에서 가장 예쁘고 건강한 잎을 떼어
만들어낸 내 애기 잎을 바라보고 있으면
너무 행복하니까.
기꺼이 나의 싱그러움은 포기할테니까.
"사유 너머, 이수의 진짜 삶이 이곳에서 이어집니다. 시린 겨울을 지나 마주할 따뜻한 온기를 함께 찾아주시겠습니까?"
[마지막 계절이 지나 당신이 있었다] 첫 회부터 정주행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