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by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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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하고 뭉툭한 발로 세월의 지혜를 딛고 다니는 코끼리

어제는 코끼리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나이테처럼 온유한 색의 상아를 두르고서 난폭하게 휘젓고 다니지 않으며

친구의 뼈를 만지고 새끼 코끼리의 걸음을 받쳐주는

애도와 위로의 목소리


바람 계곡의 공주는 눈이 여러 개 달린 벌레의 마음을 위로하고 분노를 잠재웠고

구름의 모양과 바람의 소리로 사랑하고 사랑받을 자격의 오해를 풀었다


나는 단 한 사람의, 한 생명의 친구가 되어

잿더미 속의 작은 불씨라도 살릴 사랑을 하면 좋겠는데

남의 온기에 불평하며 나의 온도만 변덕 부리는 어른이 안타깝다

나도 온유의 색을 두른 채 어린 고양이의 눈을 맞추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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