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그리움

by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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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리움을 느끼기 위해 태어난 것만 같다

가을은 그리움의 집합체다

녹음이 번져서 희미해지고 푸른 잎을 황혼의 빛이 덮으면

여름밤의 찬란한 무지개는 노을 진 분수대의 떨어지는 물방울이 되어 흩어진다


그러면 나는 일 년 동안 모은 가을을 차곡차곡 네모나게 쌓아서 말리고

눈물을 훔치며 읽었던 책들의 문장들을 그 안에 둔다


인생은 다른 게 아니라 너와 나 사이의 오고 가는 인사와 사랑인데

그 외의 어떤 것을 넣어둔다 한들 너와 내가 즐거울까


나는 눈을 감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야에 밤하늘이 스며든다

사람은 지나온 모든 것을 그리워할 수 있으며 모든 걸 내버리고 우스워할 수도 있다


마음이 푹 꺼질 때마다 도망치듯 갔던 한강의 야경

학교 운동장에서 불꽃놀이를 하던 어리고 사랑스럽던 우정

5월이면 집 앞 담장에 피어 수줍게 고개를 내밀던 장미

엄마와 아빠의 양손을 잡고 걸으면 따라서 파도를 치던 바닷가


그리움의 먹먹함이 슬픔의 망각 보다 크기를 바란다

나는 돌고 돌아 또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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