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mel Mar 01. 2021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는 역량

경험에서 더듬어 본 영 글로벌 리더십에 관한 작은 고찰

원문: http://www.stewardshipreport.com/armel-lee/




우스토리를 통해 더듬어 본 영 글로벌 리더십

  리더십 만큼이나 어디에서나 쓰이지만 효과적으로 발휘하기 어려운 역량도 없는 듯하다. 시대와 상황, 실천하는 본인과 동시에 함께 협력하는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처세를 달리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어려워서인지 온오프라인에서 이렇게나 인기있는 주제도 없는 듯하다. 그러나 내게 있어 리더십만큼은 명확하다. 그중에도 이 종잡을 수 없는 시대를 이끌어 갈 영 글로벌 리더십(Young Global Leadership)은 학부시절 운영하던 우스토리(Woostories) 앙트십 프로젝트를 통해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스토리는 내가 대학 시절 시작한 워크샵 프로그램의 일종으로 다양한 배경과 관점,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스피커로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다. 스피커는 청중에게 자신의 정체성과 관점을 전달하고, 리스너들은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존재와 그들이 가진 특별한 시각이 어떻게 사회와 구조적으로 얽히는지 이해한다. 또한 스피커와 리스너는 기존에 공유된 이야기에서 비롯하는 공통점이나 이와 비슷한 경험을 나누기도 한다. 


    우스토리를 운영하면서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여타 대학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인종, 국적, 종교적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부터, 자신을 논 바이너리 젠더(non-binary gender)로 규정하며 남성이기도 여성이기도 거부하는 친구와, 어린 시절 중동에서 자라 몸소 전쟁을 겪은 친구, 그리고 자신의 국가가 가진 역사적, 문화적 배경으로 우울질이 서려있는 친구까지. 이외에도 정말 다양한 생각과 경험, 관점을 가진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놀랍게도 내게 가장 큰 울림을 준 이야기 중 하나는 평범한 친구였던 몰리의 이야기였다.


    몰리는 중상류층 백인 가정에서 큰탈 없이 자란, 소수자나 우스토리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백인 친구들은 종종 기득권이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다양성과 포용성(diversity and inclusion)에 관한 행사에서 어쩔 수 없이 눈치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몰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자원했다. 더 놀라웠던 건, 그녀가 공유하고 싶은 주제가 '백인 우월주의'라는 점이었다.



평범함 속에 가려져 있었던 다양한 관점

    어린 시절, 몰리는 가톨릭 학교에 다니면서 마음이 맞는 친구와 어울렸다. 걔중에도 특히 유색인종의 친구들과 잘 어울렸다. 몰리가 친구들과 어울리면 종종 자신만 친구들과 다른 대우를 받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그녀는 그게 피부색으로 인한 차별인지 몰랐다. 훗날 전학을 가고 시간이 지나서야 그게 인종차별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피부색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차별은 주로 대우를 받는 입장에서는 제어하기 어렵다. 이러한 인종차별의 특수성 때문에 이후 몰리는 다른 유색인종의 친구들을 사귀고 어울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우스토리에 참여할 당시까지도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여러 상황과 씨름하며 여전히 여러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익히는 중이라고 했다. 


    사실 몰리가 용기를 내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기존 의도와는 달리 자신의 이야기가 듣는 이에게 불편함을 주지는 않을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몰리는 혹여나 자신이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했다. 하지만 용기를 내기로 결심했고, 때마침 우스토리가 몰리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이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기 위해 일부러 불편한 자리에 나선 것이다. 


    세션을 준비하면서도 몰리는 끊임없이 고민했고 우리에게 재차 물어봤다. 자기가 옳은 결정을 한 게 맞는지, 괜히 불필요하게 나선 것은 아닌지, 자신의 이야기가 남에게 들려줄만 한 것인지. 보통 행사를 준비할 때 정제되지 않은 스피커들의 이야기를 듣고,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다듬는 게 이해하기가 수월할지 혹은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될지 같은 코멘트를 해준다. 스피커들의 자존감을 어루만져주고 자신감을 북돋아 주는 것은 당연한 덤이다. 아무리 본인이 자원했다고 하더라도 타인에게, 집단에게, 또는 사회에게 '다르다'는 이유로 찍는 낙인과 차별은 당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행동력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깎아내리기 때문이다.


    나는 매번 우스토리가 진행되는 동안 스피커 한 명과 리스너들이 자리잡은 공간의 한 구석에 자리잡고 앉아 세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본다. 늘 고마웠던 부분은 모든 리스너들이 공격적인 태도를 지니지 않고 참을성 있게 스피커의 이야기를 듣고 공손한 태도로 자신의 궁금점을 털어놓거나 자신의 경험을 공유해주었던 점이다. 다른 하나는 스피커 또한 인내심을 갖고 타인의 눈높이에서 쉽게 이야기를 풀어 설명하고 필요한 부분을 반복해주는 점이었다. 


    우스토리에서 몰리는 우려했던 것보다 큰 탈 없이 자신의 솔직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다행히도 몰리의 리스터들은 그녀가 처했던 상황과 경험, 배경을 이해해주었고, 몰리가 갖고 있는 따듯한 마음씨에 고마움을 표해주었다. 행사가 끝나고 내게 찾아와 고맙다고 말해주던 몰리의 얼굴은 그날로부터 4년이 지났음에도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다. 행사가 끝난 뒤 몰리가 마음에 큰 위안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참가자들 모두의 따듯한 공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합이다. 나는 우스토리를 돌아보며 이들이 영 글로벌 리더의 표본이라는 믿음을 갖는다. 



우스토리 프로젝트를 하면서 타인에게 무관심한 사회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영 리더십의 특징 세 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첫째, 영 글로벌 리더십은 용기의 리더십이다. 미국의 작가인 피터 맥윌리엄스는 말했다. 


    "불편함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불편함은 꿈대로 살아가는 데 대한 작은 대가일 뿐이다." 


사람들은 불편함을 마주하면 대게 도피하기 십상이지만 영 글로벌 리더는 그렇지 않다. 영 글로벌 리더들은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기꺼이 불편함을 마주한다. 몰리에게 있어서도 불편함을 마주하고 극복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처음 내 제안에 몰리가 응하는 데 걸린 시간은 순간이었다. 그러나 우스토리를 준비하면서 수시로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털어놓는 걸 주저하고 힘들어 했던 몰리의 모습은 참가를 결정할 때와는 정반대였다. 자신의 생각은 뚜렷하지만 단순히 중산층 백인이라는 본인의 배경이 몰리의 발목을 붙잡는 대목이었다. 몰리가 얼마나 깊게 인종차별이라는 문제에 관해 변화를 꿈꾸고 고민했는지가 눈에 선하게 보인 대목이었다. 이처럼 변혁을 준비하는 영 글로벌 리더들은 저마다 가슴 한 켠에 용기라는 불씨를 늘 품고 있다. 


    둘째, 영 글로벌 리더십은 경청의 리더십이다. 리더로써 무언가를 행하려면 주의 깊게 듣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타인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는 리더는 리더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동료를 이해하고, 조직 간에 조화를 이루고, 모두를 위한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한 첫 걸음으로써 경청보다 중요한 건 없다. 


    경청은 곧 발전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사물이나 현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볼 수 있도록 한다. 모든 말은 메시지를 담기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면 그들의 배경과 시각을 고려하여 그들의 입장과 생각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이해'는 동의와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타인의 의견을 이해하는 행위는 그들의 말에 굴복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들이 가진 다른 시각과 견해를 수용하고 나의 생각과 관점을 더 넓히는 과정이다. 따라서, 타인에 관한, 다른 시각에 관한 이해는 리더이기 이전에 개인에게 있어서도 발전을 도모하는 과정인 셈이다. 


    서로 경청하며 의견을 주고 받는 우스토리 참가자들 간의 대화의 내용에는 서로가 가진 공통점과 차이점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그들은 견해의 차이로 서로 싸우거나 상대방을 굴복시키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왜, 어떻게 자신이 그런 관점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다른 사람은 어떻게 현재의 본인이 되었는지를 이해하려 한다. 그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각각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에 관해 배운다. 이로써 서로는 서로의 스승이 되며 더 넓은 포용력을 갖게 하며, 이를 위한 기본기를 쌓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셋째, 영 글로벌 리더십은 협력의 리더십이다. 경청함으로서 다른 이들의 생각과 관점을 이해할 수 있을 때 밀레니얼들은 비로소 그들의 감정에 동감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강력한 감정은 우리의 생각을 행동으로 변화시킨다. 나는 이걸 협력이라고 부르고 싶다. 우리가 서로 연대하여 변화를 이루기 위해 행동을 함께 실천하는 것들이 모두 협력의 양상이다.


    우스토리를 통해 알지 못했던 문제에 직면하고 관심 갖기 시작하며 조금씩 변화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항상 변혁을 일으키기 위한 기회의 틈을 모색한다. 그리고 한 번 그 틈이 보이면 행동을 시작한다. 그들에게 있어 기회의 틈이 얼마나 크고 작은 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레타 툰베리의 발언에 공감하여 환경 운동에 참여한 학생들이 그랬고, 미국 플로리다 주의 스톤맨 더글라스 고등학교 총기사건 이후 총기규제를 호소하는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March for Our Lives)에 참여한 청년과 청소년들이 그랬고, SNS를 중심으로 거리로 나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던 홍콩의 청년들이 그랬다. 이 작지만 과감하고 위대한 도전은 곧 다른 리더와의 협력을 통해 눈덩이 효과를 불러 일으키고 더 큰 변화를 만든다. 이들의 노력과 헌신이 있은 후, 인류에는 변화의 기조가 불고 있다. 툰베리 센세이션 이후 많은 세계 정치 인사들의 아젠다에는 환경 정책이 우선적으로 자리 잡았고, 미국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총기 규제에 관한 여론이 높아졌고, 총콩에서는 1년 넘게 민주화 운동이 지속되고 있다.



영 글로벌 리더십은 가슴에 품은 작은 불씨에서 비롯한다


    큰 불은 바람을 만나 활활 타오를 때 주변에 작은 불씨를 뿌린다. 영 글로벌 리더들은 저마다 가슴 한 켠에 불씨를 품고 다른 이의 말에 귀기울이며 함께 행동한다. 이들의 행동력은 곧 다른 이의 마음에 불씨를 뿌리고 이 사람들은 또 다른 큰 불이 되어 다른 불을 지핀다. 비록 우리 가슴 속에 처음 자리잡은 불씨는 초라해 보일지라도 쉽게 꺼지지 않고 곧 피어오른다. 영 글로벌 리더는 바로 그런 뜨거운 가슴을 가진 리더들이다.



작가의 이전글 전시 상황과 지도자의 리더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