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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mel Jan 03. 2022

아옳옳옳 말고 아아앓앓앓(AARRR)로 롱블랙 뜯어보기

롱블랙 미디어 AARRR 기법 분석 사례 

혹시 사진에 이끌려 왔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으셨다. 이 글에서 다룰 내용은 '아옳옳옳옳'이 아니라 '아아앓앓앓(AARRR)'이다. 오늘은 지난번에 다룬 폴인에 이어 롱블랙을 소개하고, 퍼널 분석 기법인 AARRR을 롱블랙의 케이스에 적용해 볼 것이다.




LongBlack


바야흐로 정보 포화의 시대다. 가짜 뉴스와 사칭이 판을 치고 어떤 정보를 받아들일 것이냐가 선택을 넘어 역량으로까지 인정받는 때가 왔다. 내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교과서에서만 이야기하던 "온라인에서 정보를 얻을 때는 잘 구별할 줄 알아야 해요"가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게 된 것이다. 누구의 말과 어떤 글을 믿어야 할지조차 각박해진 세상에서 단 하나 믿을 만한 "콘텐츠가 뭐냐"라고 묻는다면 난 기꺼이 롱블랙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롱블랙이 미디어로 혼잡한 세상을 구원할 거다!


롱블랙(Long Black)은 호주와 뉴질랜드의 커피에서 따온 이름으로 아메리카노와 비슷하지만 살짝 다르다. 우선 들어가는 물의 양이 조금 더 적고, 제조할 때 아메리카노와 달리 물을 먼저 부은 뒤에 에스프레소 샷을 넣는다. 롱블랙은 이 미세한 차이가 브랜드와 서비스의 핵심이라고 이야기한다. 작지만 꾸준한 습관이 변화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롱블랙은 독자들이 하루 커피 한 잔의 가격으로 작지만 꾸준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다.


누가 만들었는지 참 세련된 브랜드다. 출처: 롱블랙


롱블랙은 매일 새 노트(콘텐츠)를 한 편만 제공하는 콘텐츠 구독 서비스다. 특이한 점은 그날 발행된 글은 24시간이 지나면 휘발되어 읽을 수 없다. '뭐 이런 게 다 있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롱블랙이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롱블랙의 세 가지 미션에 대해 좀 더 알 필요가 있다.



1. 롱블랙은 감각의 시대를 이야기한다.


롱블랙은 지금을 감각의 시대라고 정의합니다. 무엇이 일의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하세요.
롱블랙은 오늘날의 비즈니스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감각이라고 믿습니다.
자본이 비즈니스를 좌우하던 시대가 있었지요. 기술이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르던 때도 있었습니다.
이제 누구나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는 플랫폼의 시대입니다.
남다른 감각으로 한 끗 다른 제안을 내놓는 이들이 자본과 기술 없이도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출처: 롱블랙

롱블랙은 감각의 시대에서 점핑 스테이지에 있는 직장인들의 기획력을 키운다. 사회 초년생인 스타팅 스테이지에서는 기술력이 좌지우지하지만 점핑 스테이지에서는 다른 문법으로 경쟁력을 인정받는다고 말한다. 그게 바로 기획력이고, 롱블랙은 스타팅 스테이지를 벗어난 직장인들의 기획력을 향상을 위한 "감각"에 관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2. 롱블랙은 이용자들의 습관 형성을 돕는다.


앞서 말한 롱블랙의 노트가 시간이 지나면 볼 수 없게 되는 배경이다. 롱블랙은 단순히 콘텐츠만 제작, 배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성장으로의 경험을 포괄한다. 쉽게 말해, 독자가 그날 읽을 글을 미루지 않고 그때그때 읽도록 하여 성장을 위한 올바른 습관 형성을 돕는 셈이다. 24시간이라는 제약은 이를 위한 넛지*로써 작용한다.

*넛지(nudge): 강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는 현상을 의미.


오늘의 노트. 우측에 노트 열람 마감까지의 시간을 알려주는 타이머가 시시각각 돌아간다.



3. 롱블랙은 가독성을 끌어올린다.


롱블랙의 노트는 직장인들의 성장을 이끌어 낼 목적으로 인해 내용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그래서 이 과정을 좀 더 매끄럽게 하기 위해 가독성에 주력한다. 롱블랙의 콘텐츠에는 4명의 가상 캐릭터인 '프렌즈' L, C, B, K가 있다. 각자 다른 직업, 성향, 취향을 가진 페르소나 같은 느낌으로 콘텐츠가 독자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는 역할을 한다. 프렌즈는 매 글의 도입부와 끝부분에 등장해 노트를 읽기 전 주제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해주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독자가 이들과 함께 글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AARRR 분석 기법


처음에는 많은 고객이 유입되어 제품을 계속 사용하고 지갑을 여는 고객은 갈수록 적어진다는 의미에서 깔때기(퍼널) 같은 형태를 한다.

AARRR 분석 기법은 퍼널 분석 기법을 스타트업의 특성에 맞춰 변형한 형태로 스타트업에게 필수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AARRR은 크게 다섯 단계로 나눠져 아래와 같은 순서대로 (각 기업이나 프로덕트마다 이 순서는 바뀔 수 있다) 프로덕트를 분석해 볼 수 있다. 고객의 제품과 인터랙션을 각 단계로 나누어 프로덕트가 주어진 목적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관련 지표를 통해 확인하고 진단함으로써 개선하는 방식이다.




1. 수집 단계 (Acquisition): ‘사용자가 어떻게 우리 제품을 처음 접하게 되는가?'
2. 활동 단계 (Activation): ‘사용자가 처음 서비스를 이용할 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는가’
3. 유지 단계 (Retention): '제품 또는 서비스 재사용률/재방문율은 어떻게 되는가’
4. 매출 단계 (Revenue): '제품이 돈을 주고 구매할 만큼 가치가 있는가'; 
                                   '어떤 상황의 고객이 돈을 더 많이 쓰는가'
5. 추천 단계 (Referral): '사용자는 자발적인 바이럴, 공유를 일으키고 있는가'


쉽게 풀어쓰자면, 

1) 수집 단계에서는 사용자가 어떻게 제품을 어떤 경로로 접했는지를 보고, 

2) 활동 단계에서는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동안 사용자의 행동 패턴이 어떤 경로를 거치는지를 살핀다. 

3) 유지 단계에서 사용자의 재방문 혹은 재사용 여부를 통해 이때 사용자의 경험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4) 매출 단계에서는 우리 제품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사용자가 어느 상황, 어느 순간, 어떤 가치를 위해 돈을 지불하는지 알아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5) 마지막 추천 단계에서는 가격까지 지불하는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우리 제품을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여 마케팅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지, 그렇다면 얼마나 바이럴(viral)을 일으키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롱블랙의 AARRR


롱블랙을 AARRR로 들여다보려면 롱블랙의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구독 콘텐츠와 조금 다른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롱블랙의 비즈니스 모델


구독 콘텐츠 서비스로서의 롱블랙이 가진 특이점 중 하나는 수집된 고객이 가격을 지불하기 전까지 롱블랙 내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의 범위 타 서비스에 비해 극도로 적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콘텐츠 플랫폼(e.g. 넷플릭스, Medium, 시사IN 등)은 Freemium 등을 통해 고객이 자사의 서비스를 어느 정도 경험한 뒤에 값을 요구한다. 고객이 해당 플랫폼의 콘텐츠 퀄리티를 스스로 가치 판단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롱블랙은 다르다. 그런 거 얄짤없다. 돈 안 내면 못 본다. 왜인지 안 알려준다. 그냥 못 본다. 돈이 짱이다.


하지만 값을 한 번 지불하고 나면 고객이 얻을 수 있는 경험의 폭은 굉장히 넓어진다. 앞서 언급했듯이, 롱블랙은 단순히 콘텐츠만 제공하는 것이 아닌, 습관 형성을 통한 성장 도모를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습관 형성 외에도 부가적인 가치로 롱블랙 서포터즈 커뮤니티로의 초대가 있다. 슬랙을 거처로 삼는 이 커뮤니티는 롱블랙이 구독자와의 소통 채널로도 이용되지만 구독자들끼리의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독자들은 그날 읽은 콘텐츠에 관한 자신의 감상이나 생각을 서로 공유하기도 하고, 다른 유용한 정보를 나누기도 한다. 또한, 콘텐츠에서 소개한 인물들이나 객원 라이터들을 커뮤니티로 데려와 콘텐츠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들과 교류하는 경험도 제공한다. 즉, '감각'을 주 주제로 한 롱블랙 콘텐츠의 생각의 확장을 커뮤니티를 통해 극대화하는 셈이다.

*롱블랙 커뮤니티의 사진은 민감할 수 있어 첨부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만나는 롱블랙은 마치 이렇게 보일 수 있달까.


결론적으로, 롱블랙은 유입된 고객에게 정기 구독을 신청하고 가격을 지불해야만 이후 넓은 폭의 활동 경험을 선사한다. 고객은 값을 지불하고 롱블랙의 서비스를 경험해 본 후에야 롱블랙에 유지될 것인지 결정한다. 매출이 먼저 자리잡는 점을 보아 정기구독이 일차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건 두말하면 잔소리고, 고객이 느낄지 모르는 괘씸함(?)을 해소해줄 퀄리티의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 건 그다음으로 중요하다. 이렇게만 봐도 롱블랙은 고객에게 선택받기 쉽지 않아 보이는 특이한 비즈니스 구조를 갖고 있는 게 보인다.



AARRR 말고 ARARR


결국 롱블랙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AARRR보다 ARARR(수집-매출-활동-유지-추천)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그리고 각 단계에서는 아래와 같은 지표가 핵심이 될 것이다.


1. 수집 단계 (Acquisition) → 신규 방문자 수 & 웹사이트 트래픽
2. 매출 단계 (Revenue) → 구독 신청자 수 대비 웹페이지/노션 방문자 수
3. 활동 단계 (Activation) → 노트 평점, 일일 노트 클릭율 및 완독율, 롱블랙 커뮤니티 유입자 수
4. 유지 단계 (Retention) → 일일 노트 클릭율 및 완독율 대비 이탈율
5. 추천 단계 (Referral) → 노트 외부 공유 수


1) 수집 단계

롱블랙은 기본적으로 웹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에 수집 단계에서는 잠재 고객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웹사이트로 유입되는지 알 필요가 있다. 유입이 많은 특정 경로를 알 수 있다면 마케팅을 집중해 큰 효과를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2) 매출 단계

다음인 매출 단계에서의 핵심은 역시 '얼마나 많은 잠재 고객들이 정기구독을 신청하는가'가 된다. 이 지표를 더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앞선 수집 단계에서 얻었던 신규 방문자 수 혹은 롱블랙의 노션 페이지를 방문한 사람들의 숫자(물론 다른 IP로의 접속을 기준으로)와 대비하여 신빙성 있는 전환율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전환율은 동시에 이탈율 또한 나타낸다. 고객의 패턴이 어느 페이지에서 이탈로 이어졌는지까지 분석한다면 '구독 전 콘텐츠 공개 컨셉'을 바꾸지 않더라도 롱블랙에 관한 어떤 정보나 매력을 보여줌으로써 이탈을 줄일 수 있는지 새로운 A/B 테스트 전략을 고민해볼 수 있다.


3&4) 활동 및 유지 단계

활동 단계와 유지 단계는 동일한 단계라고 봐도 무방하다. 고객은 롱블랙을 결제하고 난 이후 얻는 경험을 바탕으로 '이 서비스가 내게 가치 있는지를 즉각적으로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객의 롱블랙에 대한 진짜 인상은 여기서 각인되고, 앞으로도 롱블랙을 더 만날 의향이 있는지가 결정된다. 이를 알아볼 수 있는 핵심 지표는 일자별 콘텐츠의 클릭율과 완독율이 된다.


롱블랙의 약점 중 하나는 제공되는 콘텐츠의 양이다. 기본적인 컨셉은 콘텐츠의 높은 질(퀄리티)로 양적인 약점을 타개하겠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역시 하루 한 편으로 고객들의 다양한 취향을 커버하기란 쉽지 않다. 일단 평점 시스템을 도입해 독자들에게 매 노트에 관한 평가를 물어보긴 하지만 여기에 더해 일일 아티클 클릭율(오픈율)과 완독율은 해당 콘텐츠의 테마가 얼마나 많은 고객의 취향과 관심을 반영하는지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물론, 나처럼 롱블랙의 의도와는 어긋나게 가끔 롱블랙의 노트를 읽는 걸 잊어버리는 고객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유사한 카테고리를 가진 노트를 묶어 일일 클릭율과 완독율을 어느 정도 비교,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선택지를 주지 않음으로써 클릭율과 완독율을 높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양과 질의 양자택일 중에서 질로의 외길을 선택한 롱블랙의 입장에서는 나중에 한 번쯤 되돌아보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4) 추천 단계

마지막으로 추천 단계에서는 노트의 외부 공유에 관한 데이터가 가장 핵심적인 지표가 될 것이다. 노트 평점도 추천의 척도가 될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 공유를 하는 행동이 더욱 확실하게 적극적인 행동으로 반영된 지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부 공유 기능은 기존 고객을 통해 다른 고객을 유입시키는 경로가 되기도 하고, 특정 노트에 따라서는 바이럴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사실... 마무리하며, 


롱블랙이 타매체에 비해 다른 비즈니스 구조를 처음부터 갖고 있었다곤 하지만 이렇게 시작하지는 않았다. 9월 처음 론칭하기 이전, 롱블랙은 사전 구독 신청을 통해 얼리 어답터에 한해서 1개월 동안 콘텐츠를 무료로 배포하며 매 노트에 관한 평가를 요청했다. 아마 이때의 형태는 AARRR을 적용하기에 적합했을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사전 구독 신청율과 이탈율 대비 신규 방문자 수와 웹사이트 트래픽을 꼼꼼히 분석했을 것이고, 얼리 어답터들의 평가를 통해 퀄리티와 분량, 가독성을 조절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팬덤 고객층이 생기기까지 커뮤니티에서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내려면 다양한 이벤트와 전략도 준비해야 했을 테고 말이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형태의 이벤트를 이차적으로 진행하기라도 하듯, 롱블랙은 19일까지 신규 가입한 회원에 한하여 2주 동안 노트를 무료로 읽을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ARARR 형태의 구조의 한계로 인한 신규 구독자 유입의 한계를 느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러한 크리티컬 이벤트를 자발적으로 진행해 정기 구독 이전에 고객 활동 범주를 늘리는 전략은 AARARR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이런 것들이 가능한 건 역시 프리미엄틱한 브랜드 이미지 덕분이겠지?






이 글을 다듬는 사이, 오늘인 2022년 1월 3일 자로 롱블랙이 11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받았다는 기사가 났다. 여기서 공개된 데이터에 의하면 롱블랙 독자들은 60% 이상이 일주일에 4회 이상 방문하며, 노트 완독률은 85%에 이른다고 한다. 롱블랙의 콘텐츠는 평균 8,000자가 넘는다는데 굉장한 수치다. 롱블랙의 거사를 축하하며, 앞으로도 승승장구하면 좋겠다. 노트 묶어서 책도 낼 거라고 들었는데 책도 빨리 보고 싶다. 




참고자료


경기연구원, "사회 이슈 : 세상을 바꾸는 작은 변화, 넛지(nudge)"

리멤버 커뮤니티 bobi, "지식콘텐츠 롱블랙 이벤트"

블로터, "[미디어스타트업.kr]"하루에 딱 하나만"…지식 구독서비스 '롱블랙'만의 전략"

한국기자협회, "월 4900원 '하루 한 개 콘텐츠'로 기획력 쑥쑥!"

Platum, "지식 콘텐츠 서비스 ‘롱블랙’ 운영사 타임앤코, 11억 원 시드 투자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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