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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mel Apr 12. 2022

초보 PM의 실무 체험기 3

코드스테이츠 PM 부트캠프 9기 기업 협업 프로젝트 회고

기업 협업 프로젝트의 마지막 편




설 연휴를 맞아 3주 차는 이틀만 출근했다. 그렇게 연휴 덕분에 나는 회의 전까지 끝내야 하는 작업을 해낼 수 있었다. 우선, IA와 백로그의 초안을 만들고, 그 뒤 와이어프레임을 제작하면서 IA와 백로그의 초안을 다듬었다.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구체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지 않은 채로 작업을 진행하려니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실제로 와이어프레임을 먼저 그려서 시각적 형태를 잡은 뒤에 IA와 백로그를 작업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PMB에서는 앱의 PRD만 작성해봐서 몰랐으나 웹의 경우, 여러 기능을 한 화면에 전부 넣을 수 있어 화면 내 기능 배치에 신경 써야 했다. 


마지막 성과 공유 회의에는 모든 팀원들이 모이는 전체회의와 맞먹는 스케일로 커졌다. O님, 나 그리고 엑셀러레이터의 파트너님 순서로 프로덕트에 관해 소개했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개발자분들에게 대차게 까였다. 이전까지 가졌던 중간 회의에서는 항상 무언가를 공유해도 별다른 피드백을 받지 못했는데 기획안의 완성본을 공유하는 마지막 회의에서 모든 피드백을 몰아서 받는 느낌이었다.


피드백은 주로 1) "볼륨이 너무 크다"와 "메인 프로덕트와의 상하관계가 역전되는 것 같다"였다. 볼륨이 큰 건 대표님께서도 알고 있었지만 완성시켰을 때의 세계관을 보고 싶어 일단 놔뒀다고 하셨다. '나는 결국 마지막까지 뜬구름 잡는 기획을 한 것인가'하는 자괴감을 맛봤다. 사실 아주 예상을 못했던 부분은 아니었기 때문에 핵심적인 최소 기능만 남겨두고도 본질을 살려낼 수 있었다. 메인 프로덕트와의 관계는 이전에 C래벨에서 거론되었던 부분이라 C래벨 논의에서 어떤 부분을 채용할지 결정할 거라고 했다. 실제로 구현 가능한 모습이 나왔지만 마지막까지 모두가 동의하는 깔끔한 모습이 연출되지는 않아 실용적인 기획을 했다는 생각에 찝찝했다. 


기업 협업 프로젝트가 끝나고 C레벨 논의에서 최소한의 기능을 탑재한 형태로 프로덕트를 출시하기로 했다. 프로덕트의 생김새를 구상한 게 나였으니 개발자 없이 노션과 우피만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전달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지만 과정이 아쉬웠다. '처음부터 개발자가 한 명이라도 함께 해줬으면 중간 과정에서 이렇게까지 많은 로스가 있지 않았을 텐데'하는 생각과 동시에 '촉박한 시간 동안 결과물에 집착하느라 PM으로서 중간 커뮤니케이션을 잘하지 못했구나'하는 생각도 했다.




레슨런 


기획자를 신입과 신입이 아닌 기획자로 나눌 수 있는 가장 큰 기준이 한 가지 있음을 배웠다. ‘기획하는 과정에서 그 대상을 얼마나 미시적이게, 즉 손에 잡히는 형태로 가져갈 수 있는지’인 것 같다. 특히, PM은 소비자와 직접적인 접점을 갖는 부분을 담당하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뾰족한 꼭지 - 문제 정의부터 프로덕트의 기능까지 - 를 쥐고 가야 한다.


기획자를 신입과 신입이 아닌 기획자로 나누는 기준은
'기획물을 얼마나 뾰족한 형태로 가져가는가'이다


내가 구상한 아이디어 혹은 기획물이 얼마나 뾰족한지는 크게 총 세 번 정도 테스트받는다. 우선 기획하는 과정에서 한 번,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거나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 또는 문서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또 한 번, 그리고 실제 프로덕트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개발자와 디자이너 등의 실무자들에게 한 번 더 검증받는다. 내 아이디어는 범퍼카 마냥 이 세 마일스톤을 만날 때마다 부딪히며 깎여져 뾰족해지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정말 노련한 기획자의 아이디어는 별다른 충돌 없이 스무스하게 이 검증 과정을 통과해 구현 단계까지 도달하지 않을까.


뾰족한 기획에는 총체적인 시각이 요구된다고 느꼈다. 기획에 대해 어느 정도 배운 사람들은 시장조사와 고객 플로우, 비즈니스 모델 등을 주로 이야기한다. 기획에서 기본적인 전제로 갖고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사실 진짜 역량으로써 작용하는 부분은 이 뒤에 등장한다. 프로덕트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회사의 상황과 제한(구체적인 로드맵과 가용 가능한 리소스)을 알 때, 비로소 현재 단계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가능한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그럼 그제야 “무엇”을 “어떻게"할 것인지 구상할 수 있게 된다. 상상의 나래를 펼친 뒤, 내 손에 있는 것들로 이 세계관을 어떻게 현실로 불러올 것인지 작당 모의하는 것이랄까. 이렇게 기획은 사실 현실적인 유도리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기업 협업 프로젝트에서 내가 했던 일련의 과정들은 틀리지 않았던 것 같다. 다만, 이 전반적인 과정을 좀 더 빠르게 넘나들 수 있어야 한다. PM이 주로 상주하는 기획 단계에서의 실수는 회사 전체의 로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단계에서 핵심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성과 공유 회의 이후, O님과 엑셀러레이터 파트너들님과 함께 한 식사에서 창의성에 관한 인사이트와 드릴이 기억에 남는다. 창의적인 아웃풋은 무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창의 노동에서는 아는 것이 힘이고, 이를 잘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생각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역량을 기르고자 시작했던 실험 하나는 PMB를 하면서 검증할 수 있었다. 기업 협업 프로젝트를 하면서 실제 환경에서도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이제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눈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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