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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mel Nov 01. 2022

빚 잘 갚는 팀

커뮤니케이션 부채와 분자론 관점에서 바라본 조직

우리 팀에 대해 특이하다고 생각한 면이 있다. 창업보다 사업이라는 용어를 더 선호한다거나 리텐션보다 stickness, 얼마나 더 끈적한지, 라는 표현을 사용한다거나.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왜 그럴까 했더니 이게 더 쉽고, 직관적이고, 본질에 가까운 표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인지 업무 방법론이나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에도 크게 기대지 않는다. 가끔 OKR을 거론하기만 했지 실제로 사용한 적은 없다. 대신 정말로 중요한 것 그 자체에 집중한다.


많은 업무 방법론은 따라하기 쉽다. 조금만 까보면 서로 비슷한 것들 비슷한 부분도 많아 보인다. 결국 모든 방법론은 개인과 팀이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인데 그래서 이들이 하고자 하는 핵심은 공통적이다. 목적을 더 명확하게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혹은 목적에 초점을 둔 간결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게 해주거나.


성공한 조직들은 모두 엇비슷한 메시지를 이야기한다. “모두가 같은 바라보면 된다”라는 식이다. 도메인이나 제품은 다를지라도 하는 일과 성공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인 셈이다. 도처에 널린 수많은 방법론 또한 아마도 상황이나 조건만 다를뿐 결국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있겠지.


우리 팀에는 커뮤니케이션 부채라는 말이 있다. 각자가 맡은 일을 하면서 진행상황과 결과에 대해 서로 공유하는데 커뮤니케이션이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부채가 쌓이기 시작한다. 모호한 커뮤니케이션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서로 간의 오해가 쌓이면 거기에 동반된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진다. 어느샌가 부채는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고, 나중에 갚으려 보면 더 많은 리소스 투입이 요구된다.


한 번 돌기 시작한 오해의 플라이휠은 점점 가속이 붙는다. 업무에 진심인 만큼, 시간을 많이 쓰는 만큼 결과는 배로 돌아온다. 관성의 법칙때문이다. 그래서 팀 차원에서는 이를 빠르게 알아내고 끊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부채가 생겨나는 걸 인지하고 갚아내는 것이다.


‘그거 커뮤니케이션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각자가 아는 것이 생기기 시작하면 커뮤니케이션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각자 서로 공유하고 싶은 내용은 많아지는데 리소스는 점점 더 효율적으로 분배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모든 문제가 그렇듯, 여기에 있어서도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모두가 공통된 목적의식을 명확하게 갖고, 이에 맞춰 효율적인 액션을 취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나 싶다. 업무 방법론은 단기적인 솔루션이 될 수는 있어도 조직의 기반을 단단하게 해주지는 않는다. 반대로 말하면, 방법론은 특정한 조건이 전제되어야 하고, 이를 벗어나면 쉽게 무용해질 수 있다.


도메인이 어렵고.. 아이템이 복잡하고.. 외부적인 것은 전부 핑계다. 팀에 커뮤니케이션 부채가 쌓이는 이유는 그냥 팀이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그런 거다. 결국 모두가 같은 고지를 바라보고 있고, 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 동료가 우리는 분자를 닮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로의 머리를 맞대고 비벼야 한다는 뜻이다. 분자는 열과 압력이 있어야 서로 더 잘 붙으니까. 팀도 서로 간 마찰을 많이 일으켜야 더 잘 뭉칠 수 있다.


쓰고 보니 장황한데 그냥 얼라인 제때 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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