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은 아기들의 가장 큰 놀잇감이다.
(씨앗에게는 유감입니다만.)
포도씨, 수박씨, 참외씨, 파프리카씨, 레몬씨 등
아이들은 씨앗만 생기면 흙에 뿌리며 놀고, 물을 주며 놀고, 노래를 불러주며 논다.
요리를 하며 걸러낸 파프리카 속을 나도 모르게 흙에 심어 파프리카 새싹이 오백 개 정도 나온 적도 있다. (거짓말 아님. 진짜 징그러움 ㅠㅠ)
모든 씨앗 중 우리가 제일로 아끼는 씨앗은 바로 아보카도!
아보카도를 먹으면 씨앗을 물에 불려 얇은 껍질을 벗겨내고 작은 컵에 물을 반쯤 담아 물꽂이를 한다.
그다음 우리가 해줄 일은 따뜻한 곳에 두고 하루에 한 번 물을 갈아주는 일 밖에 없다. 나머지는 아보카도 스스로가 해내어 준다. 2주 뒤면 그 단단했던 씨앗이 갈라지기 시작하고, 3주 뒤면 아주 작고 소중한 싹이 올라온다.
가끔 한 달이 지나도 싹이 올라오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우리 가족은 이 아보카도 씨앗을 좋은 곳으로 보내줄 것인가 고민하지만, 대체로 그냥 두고 보기로 한다.
그럼 우리의 믿음과 격려를 아는 양 대부분의 아보카도는 결국 싹을 틔워낸다. “와! 역시, 느리지만 착한 아이였어! “ 하고 반가워하며 아껴준다.
우리 집 거실에 가장 눈길이 많이 가는 자리에 우리와 가장 오랜 세월을 함께한 아보카도를 두었다.
아이들 두 돌 지나고부터 키웠으니 함께한 지 오 년이 넘었네.
아이들이 기억이 생기기 전부터 함께 자란 소중한 아이.
추위를 견뎌주고, 우리의 무심함을 견뎌주고, 두 번의 이사를 견뎌준 고마운 아이.
처음 씨앗을 키울 땐 “아보카도가 진짜 열릴까? 몇 년이면 열릴까? “ 기대했었지만 지금은 그 마음이 완벽히 사라졌다.
열매를 안 맺어도, 더 이상 크지 않아도 좋으니, 우리 곁에 오래오래 함께 있어주기를 바란다. 아보카도도 우리의 마음을 넌지시 알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