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일, 오늘 아침 메뉴: 물만둣국
아침에 일어나 조리장에 들어가자마자 냉장고에 붙어 있는 메뉴판에서 물만둣국이라는 글자를 발견했다.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 이런 쌀쌀한 날씨엔 딱이지.” 따뜻한 국물 한 그릇으로 동료들의 속을 달래줄 생각을 하니 괜히 마음이 설렜다. 물만둣국은 단순해 보여도 제대로 만들려면 국물의 맛과 만두의 식감을 동시에 살려야 한다.
먼저 냉동실에서 만두를 꺼냈다. 만두를 한참 바라보다 문득 든 생각. ‘만두는 참 신기한 음식이야. 그 안에 다 들어있잖아. 고기, 야채, 맛…’ 이런 철학적인(?) 생각을 하며 물에 담갔더니 벌써 만두가 촉촉하게 준비된 느낌이었다.
국물을 준비할 차례였다. 맑고 깊은 맛을 내기 위해 멸치와 다시마로 기본 육수를 우려냈다. 국물이 끓어오르자 소금과 간장으로 깔끔하게 간을 맞추고 다진 마늘을 살짝 더했다. “이 정도면 진짜 만둣집 국물 맛인데?” 국자가 자연스레 손에 잡혀 한 입 맛보니, 아, 이건 성공이다. 맑은 국물에서 우러나는 감칠맛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만두를 투하! 끓어오르는 국물 속에서 만두들이 하나둘 둥둥 떠오르며 살짝 빛나는 모습이 꼭 연못 위 연꽃처럼 보였다. “그래, 이렇게 비주얼도 살아줘야지.” 파를 송송 썰어 넣고, 얇게 채 썬 계란 지단을 올리니 마치 작품 같았다. 파릇파릇한 대파와 노란 계란 지단의 조화가 군대 조리장이라는 걸 잠시 잊게 만들었다.
국물이 완성되자 동료들이 하나둘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 물만둣국이네? 이거 진짜 지금 날씨에 딱이다!”라는 말에 괜히 어깨가 으쓱했다. 첫 숟가락을 떠서 맛보니, 아… 이건 진짜 속이 따뜻해지는 맛이다. 국물의 맑은 감칠맛과 부드러운 만두가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한 동료는 “만둣국 제대로네. 밥 맛있게 먹었다.”라며 밥을 퍼 갔다. 나도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니 오늘 아침 조리장으로 추위에 떨며 받은 피로가 절반은 사라진 느낌이었다.
오늘도 물만둣국 한 그릇으로 동료들의 속을 따뜻하게 채우며 하루를 시작했다. 간단하지만 깊은 맛이 담긴 요리가 이런 힘을 줄 줄이야. ‘점심에는 또 어떤 메뉴로 동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까?’ 설렘을 안고 아침 조리를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