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솊의 자본주의 시대 살아남기》 3화
“요즘 뭐해?”
“나 쉬는 중이야.”
“그래? 그럼 다음엔 뭐 할 거야?”
이 짧은 대화 속에서 우리는 눈치챕니다.
‘일하지 않는 상태’는 설명이 필요하다는 걸.
쉬고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곧바로 다음 스텝을 물어봅니다.
"그러다 공백기 되는 거 아냐?"
"무슨 준비는 하고 있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는 이상하고 불안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이건 단지 사회의 시선만이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도 불안해지죠.
일하지 않으면, 존재의 무게마저 가벼워지는 것 같은 기분.
※ 우리는 왜 이렇게 ‘일’에 집착하게 됐을까?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노동을 통한 생존을 전제로 한 시스템입니다.
모든 사람이 ‘노동시장’에 참여해야 하고,
그 노동을 통해 돈을 벌어야 먹고, 자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우리는 이제 단지 ‘먹고살기 위해’ 일하지 않습니다.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일합니다.
명함, 직책, 커리어, 포트폴리오, 퇴사 이후의 플랜까지.
일은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정체성이 되어버렸죠.
※ 쉰다는 건 ‘게으름’일까, ‘저항’일까?
예전엔 '노는 사람'이 권력자였고, 일은 하층민의 몫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입니다.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성실하고, 성공할 자격이 있고,
쉴 줄 모르는 사람이 ‘능력자’로 추앙받습니다.
그러다 보니, 쉬는 사람은 무언가 뒤처진 사람처럼 여겨집니다.
휴식이 죄책감으로 느껴지고,
‘나태한 낙오자’라는 불안이 따라붙죠.
그러나, 정말 그럴까요?
이 끊임없는 노동의 구조 안에서
멈춤은 오히려 인간적인 선택 아닐까요?
※ 나를 증명하는 방법은 ‘일’뿐일까?
우리는 일을 통해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삶을 유지합니다.
그건 사실이지만,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쓸모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친구이기도 하고, 가족이기도 하며,
생각하고 느끼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단순한 경제 단위가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질문합니다.
“일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세상.
그게 정말 정상일까?”
잠시 멈출 용기,
쉼을 받아들이는 감각.
그것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또 하나의 기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