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취사병세끼입니다!"
군대 조리에서 미원과 맛소금은 빼놓을 수 없는 재료입니다. 그 둘은 대량 조리의 최전선에서 국물의 깊은 맛과 감칠맛을 책임져 주는, 말 그대로 조미료의 히어로죠. 하지만 오늘은 운명처럼 이 두 재료가 없었습니다. 사실 미원은 이미 떨어진 지 오래됐고 그동안 맛소금으로 조리를 해왔지만, 맛소금이 떨어질지 미리 체크하지 못한 제 잘못이기도 했지만, 상황은 이미 벌어졌고 당장 60인분의 감자탕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미원도 맛소금도 없는 감자탕이라니, 과연 맛이 날까?" 순간적인 멘붕이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취사병의 주방엔 항상 대안이 존재합니다. 이번엔 주방 한쪽에 놓인 후추, 고춧가루, 그리고 전처리실에 있는 청양고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평소 얼큰한 국 조리에 자신 있었기에 이번에도 매운맛으로 국물의 깊이를 살려보기로 결심했죠. 국물의 기본인 돼지 등뼈를 큰 솥에 넣고 팔팔 끓이면서 된장과 고추장으로 기본 간 베이스를 한 뒤 송송 썬 청양고추를 듬뿍 넣었습니다. 고추 특유의 매운 향이 국물에 스며들기 시작하니, 살짝 부족하던 감칠맛이 보완되는 듯했습니다.
이어서 후추를 추가했습니다. 후추는 단순히 칼칼함을 더하는 게 아니라, 국물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역할을 해줍니다. 마지막으로 고춧가루를 조금 넉넉히 넣어 국물의 색감과 풍미를 한층 강화했습니다. 이렇게 세 가지 재료로 맛을 잡아가니, 국물이 점점 그럴듯한 감자탕의 모습으로 변해갔습니다.
배식 시간, 부대원들에게 완성된 감자탕을 내놓으며 긴장되는 마음으로 반응을 지켜봤습니다. 취사 도우미를 했었던 부대원이 숟가락을 들고 국물을 한 입 떠먹으며 말했습니다. "미원 없지 않습니까? 이거 미원 없는데도 이렇게 맛있습니까? 대박입니다!" 또 다른 부대원은 "국물에 매운맛이 딱 살아 있습니다. 해장으로 최고입니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저는 그 반응을 들으며 미소가 절로 나왔습니다.
미원과 맛소금 없이 만든 감자탕은 분명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었지만, 창의적인 접근과 작은 재료의 조합으로도 충분히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하루였습니다. 물론 미원과 맛소금의 자리는 여전히 군대 조리의 핵심이지만, 없을 때도 새로운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 또한 생겼습니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고, 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