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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식 큐브스테이크

by 취사병세끼

군대에서 혼자 조리해야 하는 날은 긴장감이 다르다. 오늘의 메뉴는 큐브 돼지고기로 만드는 큐브스테이크였다. 그리고 마침내 큐브 돈육이 들어왔다. 고기를 확인하며 한숨 돌릴 틈도 없이 조리대에 올려놓고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60인분 분량. 원래 같았으면 고기 덩어리를 일정한 크기로 깍둑썰기 하는 작업부터 시작했어야 했고 손목이 뻐근해질 정도로 계속 칼질을 하며, 고기 크기를 일정하게 맞추어야 했지만, 다행히 큐브 모양의 돼지고기가 들어와 이러한 과정은 생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군대식 큐브스테이크는 나의 생각보다 손이 더 많이 갔다. 고기를 메인가마에 모두 부어서 노릇노릇하게 구워야 했고, 마지막에는 화구에서 따로 소스까지 만들어야 했다.

노릇하게 구워지는 고기에서 연기가 올라오고, 가마에서 치익 소리가 날 때마다 작은 성취감이 느껴졌다. 구운 고기들을 대형 배식통에 차곡차곡 옮기고 나니, 다음은 소스 차례였다. 간장, 설탕, 마늘, 케첩, 식초를 대형 볼에 붓고 빠르게 섞어가며 맛을 조율했다. 한 번 끓여본 뒤 고기 위에 뿌렸을 때, 마치 작품을 완성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식사 시간이 되자 대원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각자의 식판에 담긴 큐브스테이크를 보며 다들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첫 한입을 먹은 후, 여기저기서 "이거 돼지고기 맞아? 되게 부드럽고 맛있다!"라는 반응이 들려왔다. 피곤했던 몸이 순식간에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혼자서 60인분의 큐브스테이크를 준비한 날. 고된 하루였지만, 그날은 나에게 군대 조리 경험이 단순히 노동이 아니라, 뭔가를 완성해내는 과정임을 깨닫게 해 준 날이었다. 큐브 돼지고기가 들어오던 순간부터 배식까지, 그 모든 과정이 나의 하루를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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