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로하리 May 27. 2019

제1일 ④ : NZ80편 비행기, 당황 그리고 여유

탑승 수속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모두 양치질을 하고 있는 사이에 에어 뉴질랜드 직원들이 환승객들의 명단을 들고 다니면서 사람들을 찾기 시작하였다. 

그 명단에 우리 가족이 거기에 포함되어 있었다. 

탑승권(Boarding Pass)을 가지고 카운터로 오라고 하여 가서 수속을 밟고 탑승을 했다. 

드디어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8년 만에 떠난다. 

무려 7시간이나 공항에서 기다렸던 지루함은 사라져가고 설렘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에어뉴질랜드 항공권

                                                                                                                                                                            이번 자리도 3+1. 역시 그 ‘1’은 내 자리였다. 

다행인 것은 옆으로 나란히 붙은 자리라는 것이었다. 

비행기에 올라 짐 정리를 하고 출발을 기다리는데 작은아이가 응가가 마렵다고 한다. 

아, 이 38개월짜리 아이는 정말...... 


아내는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에 화장실에서 큰일을 봐도 되냐고,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나도 얼핏 비행기 화장실의 배설물은 대기 중에 그냥 방출하면 언 채로 분해되어 떨어진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아서 그런가 싶기도 했다.(물론 잘못된 상식이었다.) 

화장실 이용이 안 되면 비행기에서 내려서 공항의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많은 승객들이 탑승하고, 짐을 올리고, 승무원들도 왔다 갔다 하고 하는 정신없는 와중에 그런 말을 들으니 그런가 싶기도 했다. 


아, 이 꼬마를 데리고 비행기에서 내려서, 화장실에 가서, 이륙하기 전에 뒤처리까지 마치고 돌아와야 할지도 모른다니.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지나가는 승무원에게 물었더니 다행히 비행기 화장실을 이용해도 괜찮단다. 

작은아이를 데리고 이륙 대기 중인 비행기의 화장실에 가서 일을 보게 했다. 

좁을 뿐만 아니라 너무 어설퍼서 힘들게 힘들게 간신히 씻겨 나왔다. 

힘들기는 했어도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생리 작용을 해결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밖에 나와서 낯설고 불편하다고 용변을 참는 예민함을 지녀도 여행을 다닐 때는 피곤한 노릇이다. 

이렇게 위안을 삼으며 자리에 앉아 출발을 기다렸다. 


장거리를 날아가는 비행기이니만큼 개인별 모니터가 제공되었다. 

그 덕분에 아이들은 인천에서 홍콩으로 비행할 때보다 훨씬 여유롭고 안정되어 보였다. 

탑승할 때 에어뉴질랜드에서 아이들에게 준 선물(Kids Pack)에 들어있는 퍼즐, 색칠공부, 인형 등도 시간 보내기 좋았지만, 영상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애니메이션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좋아했다. 

큰아이는 헤드폰을 쓰고 모니터 작동법을 우리에게 물어보며 재미있는 것이 없나 찾고 있었다. 

일곱 살 큰아이는 너무도 편안하고 익숙한 태도로 비행기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 우리를 기쁘게 했다.


8시 35분, 드디어 오클랜드를 향해 출발하기 위해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니터의 메뉴에서 에어쇼(Airshow)를 선택했더니 비행 정보가 나온다. 

오클랜드 시각은 새벽 1시 35분이고, 오전 11시 32분에 도착할 예정이란다. 

비행 거리는 9,232km, 예정 소요 시간은 9시간 55분. 


드디어 8시 46분에 이륙했다. 

나는 아직도 이 육중한 쇳덩어리가 1만 미터 높이에서 시속 800km 이상으로 날아간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우리는 이제 정말 뉴질랜드(한자 음차 표기는 新西蘭이었다.)로 간다. 

그 초록의 땅으로 다시 간다니 가슴이 벅차고 생각만 해도 좋았다. 

빨리 도착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이들은 애니메이션을 보기도 하고 공항에서 산 트랜스포머 장난감을 가지고 신나게 놀기도 하더니만, 공항 놀이터에서 너무 땀을 많이 흘리며 놀았는지 졸린 기색을 보였다. 

곧 저녁 식사를 주면 그것을 먹고, 또 와인을 달라고 해서 마시고, 좀 뒤척이면서 불편하게 잠을 자고 일어나서 아침 식사를 하고 나면 뉴질랜드에 도착할 것이다. 


그렇게 내일 아침은 뉴질랜드에서 시작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제1일 ③ : 첵랍콕에서 우여곡절의 7시간 기다리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