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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록 May 21. 2022

3. 성장 일기를 보는 아이도 좋겠지?

+ 어른이 되어서도 좋겠지?


지금까지 우리 집 아이들의 반응과 나의 바람을 적어보겠다.


6)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준다     


우리 집 아이들은 내가 밤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그림으로 그린다는 것을 안다. 낮에 아이가 한 이야기가 재미있거나 감동적이면 앞에서 바로 메모를 하기 때문에 엄마가 자기 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안다. 아이의 문장을 그대로 옮기고 싶은데 기억이 잘 안 날 때는 한 번 더 말해달라고 하는데 문장이 길 때는 녹음기에 녹음을 해달라고 한다. 그러면 아이는 약간 우쭐한 표정으로 아까 했던 말을 다시 한 다음

“엄마, 이거 오늘 쓰려고 그러지?”

라며 웃고, 어쩔 때는

“엄마, 이 이야기는 꼭 써줘, 응?”

라고 먼저 말하기도 한다.     


가끔 자신들의 이야기가 가득한 17권의 노트를 책장에서 꺼내 앞에 쌓아놓고 순서 없이 펼쳐볼 때가 있다.

“진짜? 이랬다고? 말도 안 돼!”

하고 놀라고

“이때 기억나! 이 날 내가 입었던 옷도 기억나!”

하고 한참 전의 과거를 기억해내고

“맞아, 이때 너 진짜 귀여웠어. 엄청 엄청 귀여웠어.”

하며 두 살 아래 동생이 크는 모습을 지켜봤던 언니의 감회를 떠올리기도 한다.


자신들의 이야기가 엄마가 손으로  글과, 손으로 그린 그림 안에 엄마의 사랑과 함께 버물어져 고스란히 남아있다. 자신이 하는 , 자신이 떠올린 새로운 생각, 재미있는 행동이 기록되어 남을 것을 안다. 이럴  쭉쭉 올라가는 것이 자존감 아닐까?           




7) 삶이 흔들릴 때 디딜 수 있는 든든한 발판이 되어줄 것이다

 

첫 아이 바다를 뱃속에서 키우고 있을 때 육아일기를 어떻게 쓰는 게 좋을까 찾다가 ‘박정희 할머니의 행복한 육아일기’를 봤다. 할머니의 자녀분들이 결혼할 때 꼭 챙겨간 것이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가 담긴 육아일기라는 내용을 보고 나도 아이들이 평생 간직하고 싶은 일기, 삶의 고비 때마다 힘이 되어주는 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행복했던 순간, 아이들 덕분에 가족들이 행복했던 순간, 아이들 힘으로 이룬 작은 성공들을 자주 써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사춘기를 겪으며 나에 대한 물음표가 가득해질 때, 끝없는 공부와 취업 준비와 직장에서의 갈등으로 내가 한없이 작아질 때, 초보 엄마가 되어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며 나를 잃을까 봐 두려울 때, 몸이 많이 아파 도무지 즐거움이라는 것이 떠오르지 않을 때, 어떤 이유로든 끝이 안 보이는 깜깜한 터널을 걷고 있는 것 같을 때 그 생생한 기록들이 힘이 되면 좋겠다.


‘내가 이런 걸 좋아했지.’

‘내가 이런 걸 잘했지.’

‘내가 이럴 때 진짜 행복했지.’

‘내가 이룬 성공들이 꽤 많네.’

‘내가 이런 사랑을 받았네.’     

'내가 이렇게 우리 가족들을 행복하게 해 줬네.'


하며 잃어버린 자기 자신의 조각을 찾고 다시 일어나 행복의 방향으로 걸을 수 있으면 좋겠다. 할머니 될 때까지 읽고 또 읽어도 끄떡없으라고 노트 표지도 하드커버로 골랐다.


<바다의 성장 일기 3권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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