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선샤인-1>찬란하고 묵직하고 비극적인 삶이여

by A록

나는 이 드라마를 두 번 봤다. 한 번은 본 방송을 하는 2018년 7월부터 9월이었고 두 번째는 3년 후인 올해 9월 초 일주일 동안이었다. 두 번째로 보니 처음 볼 때 놓친 많은 것들이 보였다. 배우들의 표정과 의상과 음악과 배경과 카메라 각도가 보였고 대사가 한 줄 한 줄 자세히 들렸다. 주연이 아닌 조연들이 보였고 그들의 녹록지 않은 삶이 보였다. 일본과 미국과 조선이 보였다.


드라마를 보다가 수 없이 화면을 멈추고 대사를 따라 적고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보다 보니 24화의 드라마를 다 보는데 일주일 정도가 걸렸다. 가슴을 부여잡고 울고, 웃고, 손가락을 깨물고, 머리를 쥐어뜯고, 잠을 설쳤다. 꿈에서도 드라마 속 거리를 서성이고 드라마 속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 시대의 많은 사람들의 삶이 실제로 그랬겠지?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 여정이 참 순탄치가 않았다.

어렸을 때 노비였던 아비가 매질을 당해 죽고 어미가 우물에 빠져 죽는 것을 보고는 그 길로 도망쳐 미국으로 건너가 온갖 고생을 하다가 미국 해군 장교가 되어 조선으로 돌아오는 유진초이. 조선을 도울지 말지 수없이 고민하다 결국 애신과 같은 쪽으로 걷겠다고 마음을 먹는 그. 끝내 애신과 의병들을 지키고 총알받이가 되는 그.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매질을 당해 죽으려고 하는 순간 고애신의 가마에 몸을 숨겨 목숨을 구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무신회 소속의 낭인이 되어 돌아와 조선을 압박하는 구동매. 결국 그리될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던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 후 무신회가 모는 말에 시신이 묶인 채 끌려가는 것을 몸을 이탈한 영혼이 되어 지켜보다 유유히 사라지는 그.

무용한 것을 좋아하고 철없어 보이는 고애신의 옛 정혼자이지만 호회를 발행하는 신문사를 차려 조선의 소식을 백성들에게 전하는 일을 하다가 일본인에게 끌려가 고문을 당하는 중에 죽음을 맞이하는 양반 도련님 김희성.

사대부 가문의 애기씨이자 유진초이, 구동매, 김희성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받는 고애신. 독립운동가인 부모가 그녀가 태중에 있을 때 죽임을 당해 할아버지 집에서 유모의 손에 자란 그녀. 어렸을 때부터 총술과 지붕을 타고 넘는 기술을 배워 조국을 위한 거사를 치를 때마다 가담해 실력을 발휘하는 여인. 조국에 대한 불꽃같은 사랑과 유진을 향한 사랑을 가슴에 품고 살아남아 의병을 양성하며 국가를 계속 지켜나가는 용감하고도 아름다운 여인.

이를 악물고 자기 운명에 맞서 살아가는 강단 있는 여인 쿠도 히나. 자신의 소유인 글로리 호텔에 일본 군대가 머물자 폭발물을 설치해 그들을 다 죽이고 그녀도 폭발 사고 때 입은 부상으로 구동매의 등에 옆혀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비극의 여인.

고종 황제의 스승이고 고애신의 할아버지이며 의병들의 대장인 고사홍 대감, 도공 황은산, 장포수, 주모, 함안댁, 행랑아범, 일식이, 춘식이, 미 해군 통역관 임관수, 도미와 도미의 누이. 사관학교 학도들, 이들과 더불어 나라를 지키고자 목숨을 내놓고 싸운 수많은 백성들.


나라를 팔아먹고 정의도 양심도 다 팔아먹다가 개죽음을 당하는 이완익 대감과 조선을 무너뜨릴 작정으로 온갖 잔인한 짓을 마다하지 않다가 유진의 손에 죽게 되는 비열한 일본인 모리 타카시.


한 순간에 꺼져버렸으나 찬란했던 그들의 삶을, 동포들의 죽음을 가슴에 안고 힘들게 살아남아 멈추지 않고 나아갔던 묵직한 삶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어 더없이 영광이었다.


그 수많은 죽음이 1층으로, 2층으로 깔리고 깔려 만들어진 것이 지금 우리의 자유, 우리나라의 자유라는 것을 나는 가능한 자주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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