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n, Glory, Sad ending...”
학당에 앉아 천진난만하게 이 세 단어를 말하는 고애신의 표정과 목소리가 떠오른다.
으윽... 이 단어들만 들어도 마음 한 켠이 저릿저릿 아파온다.
총, 영광, 슬픈 결말. 그것은 우리의 역사 속에 실존했던 수많은 의병들의 진짜 이야기다.
드라마 속 시대적 배경인 1871년부터 1907년. 조선이 일본에 의해 사정없이 무너지던 그때, 결코 무너지지 않는 의병들이 있었다. 그들은 나라가 위급할 때 징발을 기다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일어나 종군하여 싸우는 일반 백성이었는데 그 수가 15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그중에 사상자는 약 5만 명. 그들은 죽을 것을 알고 싸우는 사람들이었다. 죽는 것이 두렵지만 그래도 기어이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이었다. 후손들이 살아갈 나의 조국을 지켜내기 위해 목숨을 던지는 사람들이었다.
<미스터 선샤인>을 처음 본 후 의병에 대한 관심이 일어 박태원이 기록한 ‘약산과 의열단’이라는 책을 봤는데 거기에 실린 의병의 삶이라는 것은 참으로 혹독한 것이었다. 총에 맞거나 칼에 베어 한 방에 죽을 수도 있지만 테러를 자행하다가 잡혀 수년에 걸쳐 몸이 심하게 훼손되는 고문을 당하기도 하고 고문을 당하다가 죽기도 했다. 죽지 않고 간신히 출옥이 된다고 해도 남은 생 동안 고문 후유증에 시달렸다. 동료들이 수없이 죽고 끌려가는 것을 지켜보며 속이 문드러지는 고통을 참아내야 했다. 독립운동을 위한 자금을 구하기 위해 멀고 먼 길을 신분을 숨긴 채 위험을 감수하며 가야 했고 거사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서신을 보내고 받으면서 피 끓는 시간을 인내해야 했다. 그리고 적의 손에 붙잡혔을 때 자기 손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일본 군대는 할 수 있는 데까지 참혹한 수단을 써서 공포와 전율로 우리 민족을 압박하여 살아있는 사람들을 산송장들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니 분노가 치밀어 싸울 수밖에 없었겠지 싶다가도 그렇게 잔인한 놈들과 어떻게 맞서 싸울 용기가 났을까 싶다.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의병이 될 수 있었을까? 잡히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목숨을 내놓고 폭탄을 던지고 총을 겨누고 신분을 숨기며 자금을 구하러 가기 위해 일본인의 경계가 삼엄한 기차에 올라탈 수 있었을까?
지금 내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이 자유가 결코 쉽게 온 것이 아님을 가능한 자주 기억하고 싶다. 지금 현재에도 국가의 무자비한 폭력에 노출되어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이 있다. 그들의 탈레반이 과거의 우리에게는 일본이었다. 용감하고도 용감한 우리의 조상들이 수많은 목숨을 다져서 만들어준 지금의 자유를 감사하게 누리며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아프가니스탄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도움을 줄 것이다.
나는 고애신을 안다. 유진초이를 안다. 김희성을 알고 쿠도 히나를 안다. 나는 그들의 자손이기 때문에, 그들의 삶을 너무나 잘 아는 자손이기 때문에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목숨을 내놓는 의병이 되라면 망설이겠지만 고통받고 있는 이웃나라를 위해 내가 보탤 수 있는 정도의 돈을 보태고 기도를 하고 신문 기사를 매일 읽으며 그들의 상황을 지켜보는 것 정도는 망설이지 않고 할 것이다. 목숨 바쳐 나라를 지켰던 그들의 삶을 떠올리면 도무지 그렇게 살지 않을 도리가 없다.
드라마 9화에서 고애신이 이런 말을 한다.
“나도 꽃으로 살고 있소. 다만 나는 불꽃이오. 거사에 나갈 때마다 생각하오. 죽음의 무게에 대해. 양복을 입고 얼굴을 가리면 우린 얼굴도 이름도 없이 오직 의병이오.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꼭 필요하오. 할아버님께는 잔인하나 그렇게 환하게 뜨거웠다가 지려하오. 불꽃으로. 죽는 것은 두려우나 나는 그리 선택했소.”
그리고 같은 화, 다른 장면에서 쿠도 히나도 한마디 한다.
“칼로도 벨 수 없는 것들이 있지. 의롭고 뜨거운 마음 같은 거.”
Gun, Glory, Sad ending. 총으로 칼로 조국을 지키기 위해 불꽃처럼 살다가 슬픈 결말을 맞이했던, 지금의 우리에게 영광으로 남은 수많은 조상님들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정말 애쓰셨습니다. 당신들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어느 나라의 침략도 받지 않는 자주국이 되었습니다. 당신들의 영광스러운 희생을 자주 떠올리며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진정으로 고맙습니다.”
*저는 세계적인 인권단체 '국제엠네스티'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단돈 1만원, 2만원이 지금 그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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