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비치를 가고 싶은 당신에게 드리는 메시지
어제의 황당했던 사건들을 뒤로 하고 호주에서의 둘째날이 시작되었고 시드니 공항 근처 호텔에 머무르면서 호주 국립 공원 야생공원, 오페라 하우스, 하버브릿지 등등
시드니 근처의 유명 관광지는 모조리 찾아서 가보았다. 이번이 아니면 다음에 또 언제 이렇게 시간을 내서 오겠냐는 계산에서다. 우리나라로 치면 에버랜드같은 호주 시드니에 있는 원더랜드를 지도에서 찾아 데스크 직원에게 어떤 도로를 타고 가야하는 지 물어본 후 아침을 먹고 출발했다. 네비게이션도 없이 지도 한 장 달랑 가지고 직원말만 믿고 M1 도로를 타고 쭈욱 달리다가 여기저기 꺽어서 가면 된다라고 하는 데 말처럼 쉽지가 않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초행길인데 정말 잘 찾아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항상 앞선다. 또한 여전히 운전석은 오른쪽이 아니던가?
그렇게 걱정했던 것도 잠시 우리는 무사히 도착했다. 호주 원더랜드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서 아주 컨트리풍으로 설계를 해놓았는 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rollercoaster롤러코스터였다. 한국에서 주로 탔던 철재 재질이 아니고 나무로 되어 있어 오르막 경사에서는 삐그덕 삐그덕 거리는 소리로 인해 혹시나 프레임 나무가 부서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는 데 이것 때문에 더욱 더 스릴이 넘쳤다. 현지 원더랜드에는 동양에서 온 사람들은 우리가 유일했고 거의 대부분이 백인들이어서 이곳은 어디고 나는 누군데 여기까지 와서 이렇듯 아슬바슬 롤러코스터를 즐기고 있는 지 참 신기할 따름이었다.
원더랜드를 뒤로 하고 다음 목적지는 시드니의 멋진 비치였다.
우리는 애초에 호주를 갈까 유럽을 갈까 결정을 못했는 데 가장 큰 것은 한국의 겨울을 잊기 위해 따뜻한 남쪽나라로 가자는 게 대세였고 또한 호주에 도착하기 전에 이왕 호주로 가기로 했으니 색다른 경험을 해봐야 겠다고 생각하고 여행계획시에 미리 누드 비치를 검색해서 약도를 그려왔었다.
이곳 역시 지도만 보고 갈려고 하니 여간 찾기 어려운 게 아니었다. 본다이 비치와 맨리 비치에도 가 보았는 데 이곳은 누드비치가 아니고 상반신만 탈의한 (Topless) 여성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선글라스를 끼어야 했고 문화적 충격을 다소 받았던 곳이기도 했다. 우리와 같은 동양인 관광객들에게는 이런 광경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티를 내지 않고 해변을 걷는다는 것 자체가 여간 신경을 곤두세우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현지인보다 같이 가는 동양인 여자의 눈치를 보기 때문인 것이리라.
여하튼 이곳 저곳의 비치를 계속 왔다갔다 하고 있으니 와이프는 한 곳에 머물지 자꾸 이동한다고 투덜거리는데 남의 속도 모르고 계속 잔소리를 해댔다.
"자기야 지금 어딜 가는건데?"
"잠시만 여기 코너 돌면 있을 거 같아!"
몇 번의 유턴과 3~4 번의 시행착오 끝에 우리는 결국 찾아내고야 말았다. 그곳은 public 비치 옆에 요새처럼 숨겨져 있었고 누드비치를 가기 위해서는 큰 바위로 둘러쌓여 있는 장벽을 넘어야하는 수고로움을 거쳐야만 했다. 비치가 있는 곳은 바위 암벽에 둘려싸여 있어서 일반인들이 쉽사리 찾지 못할 요새와 같은 곳이었다. 가는 길에 어떤 중년의 아주머니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우리가 가는 바위 위에 누워서 선탠을 하고 있었고 애초 기대와는 다르게 할아버지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정말 기대했던 상상이 완전 깨져버리는 순간이었다. 너무 기대가 컸는 지 실망도 이만저만 아니어서 마음을 추스리고 초자연적인 상태로 돌아가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이 넓은 공중 목욕탕에서 탕으로 들어가는 마음으로 나도 무작정 벗기 시작했다.
벗는 것은 자유가 아니고 의무와 같은 것이었다. 왜냐하면 다들 누드 상태로 해변을 거니는 데 우리만 물질의 세계에서 온 이방인 행세를 하기에는 너무 이질적인 광경이었던 것이다.
용기를 내서 벗기는 했으나 너무 쪽팔린 나머지 후다닥 바닷물에 입수를 했는 데 그 사이 어떤 호주 할아버지가 초자연의 상태로 덜렁거리며 와이프에게 다가가서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where are you form?"
"음...코리안"
"why don't you take off?"
"노노노~"
넌 왜 같이 안 벗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해수욕을 하고 난 후 와이프는 그 할아버지의 흔들거리는 광경을 목격하고 NO NO 만 연발했다고 하니 얼마나 다급한 상황이었는 지 안봐도 비디오였다.역시 동양이나 서양이나 남자들 생각은 도긴개긴인가보다. 단순히 문화적 호기심에서 발동한 이번 누드비치 체험은 나에게 새로운 문화적 충격을 줄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상을 경험해보니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단순한 교훈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뭐든지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 남의 말이나 정보만을 가지고 섣불리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가 하는 것을 이번 기회에 깨달으면서 아직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바로 이번 누드비치 체험이 아닌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