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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의책 Oct 05. 2024

바르셀로나 카페

나는 유럽에 살기 전까지,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았다. 사람들이 카페를 가자고 해서, 함께 가는 것이 전부였다. 


그랬던, 내가 스페인에 살면서 커피의 맛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쌈 씨름하면서도 시큼한 맛들이 입속으로 들어올 때, 그 맛들의 향연 속에서 커피의 가치를 배웠다.


하지만, 나에게 진정한 커피의 힘을 느끼게 한 것은 비 내리는 오늘 같은 날이었다. 2015년 가우디 워킹투어를 하던 신입시절. 나는 무척이나 열정적으로 투어를 했다.

 우산을 쓰면서 투어를 할 수도 있었지만, 자료를 제대로 펼칠 수가 없었고, 멘트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나의 설명이 훌륭하지 않았기에, 우산을 내던졌다.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가우디가 만든 건축물의 변형된 모습을 파일을 통해 보여드렸다. 그리고 손님들이 다 이해할 때까지 미친 사람처럼 설명을 하였다. 


그리고 설명을 마치고 20분 정도의 휴식시간을 가졌다. 비 내리는 날에는 가이드도 힘들지만, 손님들도 금방 지치기에 커피 한 잔의 여유가 필요했다.


나는 손님들에게 가장 맛있는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를 소개하고, 신호등을 건넜다. 온몸이 비에 젖고, 몸에 한기가 돌기 시작할 때, 문득 정신을 차린다. 

나도 가이드이기 전에 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손님들이 오지 않을 것 같은, 예쁘지 않은 카페에 들어간다.


"II caffe di Francesco"


화려하고 멋지지 않아 좋고, 현지인만 가득 차서 좋은 곳. 나는 손님들을 좋아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20분의 그 시간을 오롯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나의 차가워진 몸을 데우고 싶었다. 


그래서 손님들에게 이곳을 추천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공간 안에서 설탕 하나를 가득 부운 카페라테 한 잔이 나에게는 그 어떤 음식보다 큰 기쁨을 주었다. 투박하지만 따뜻한 커피였다.


그 20분의 시간은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그 어떤 누구도 내게 말하지 않고, 오직 커피만이 나의 차가워진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그리고 그곳에 앉아 창밖을 보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와 커피가 내려지는 소리와, 내 코를 자극하는 커피향이 나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후루룩~들어가는 커피 한 잔의 맛은 4시간 동안 쉬지 않고 10,000보를 걸으며 설명했던, 나를 위로해 주었다. 오늘도 잘하고 있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 너는 끝까지 할 수 있어라고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나를 볼 때, 유럽의 낭만 속에 살고 있다고 부러워했다.  


하지만 현실은 낭만적이지 많은 않다. 더운 날 햇볕을 다 많고 일해야 하고, 추운 날 추위를 온몸으로 맞으며 일해야 한다.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이면, 투어 전체를 진행하면서, 온몸이 젖는 것은 다 반사이다. 알고 있지 않은가?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그러나, 나는 가이드로서의 삶이 행복했다. 힘들고 괴로워서,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은 날도 있었지만, 나는 그 고생을 하면서도 즐거웠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람들을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을 매일 경험했기 때문이다. 다시 30대로 돌아간대도, 나는 가이드로서의 삶을 살고 싶다.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보다 더 많이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지내고 싶다.


2024년 4월 15일 월요일. 이 글을 쓰는 오후도 여전히 비가 내린다. 비 내리는 창가를 바라보다, 나는 2015년 12월의 바르셀로나로 여행을 다녀왔다.


 춥고 배고픈 1년 차 가이드 시절. 최저시급을 받으면서도 행복했던 그 시절의 아론이 생각난다.


"II caffe di Francesco" 스페인 바르셀로나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체인점 카페이다. 나는 카사바트요 옆에 있는 그 카페점을 가장 좋아했다. 


내가 그곳을 좋아한 것은 커피 한 잔이 맛있어서가 아니었다. 그 공간 안에서만큼은 오로지 내 마음과 내 생각을 정돈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원했던 것은 커피 한 잔이 아니라, 오롯이 나의 마음과 생각을 돌볼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결국, 휴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바르셀로나에서 사람이 드문 그 카페를 찾았던것 같다.

나를 돌보고 잠시 쉬어가기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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