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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의책 Oct 05. 2024

아르헨티나의 추억

2013년 12월에 나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여행하였다. 우리나라는 겨울이었지만, 남아메리카 대륙에 속한 두 국가는 여름이었다.


 공항에 도착하여 마주한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설렘 그 자체였다. 마라도나의 나라, 메시의 나라라고 불렸던, 그곳은 나에게 늘 동경의 도시였다.


 꼭 가보고 싶은 나라였지만, 꿈에나 그리는 그런 나라였다.


중남미에서 2년 동안 해외봉사를 하게 되면서, 나는 꿈에 그리던 아르헨티나를 여행할 수 있었다. 늘 상상했던 나라에 땅을 밟을 때의 설렘은 여행 후 보다 더 마음을 흔드는 것 같다. 


그 공간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사람들과 건물과 하늘이 내가 새로운 세계에 도착했음을 알려주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좋은공기)라는 이름처럼, 하늘은 맑고 깨끗한 공기가 가득한 그곳에서, 매일 아르헨티나 소고기를 사 먹었다. 


팜파스라는 초원에서, 방목하여 기르는 아르헨티나의 '소'들이 최고의 상품이라고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나 역시도 주변 지인에게, 아르헨티나에 가면 반드시 소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스테이크로 처음 만난 아르헨티나 소고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어찌나 부드럽고 고소한지,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지금까지 살면서 먹었던 그 어떠한 소고기 보다 맛있었다. 그런데 가격은 한국에 절반값도 되지 않았다.


"아 평생 아르헨티나에 살고 싶구나"


나는 사실 스테이크보다, 불고기, 숯불갈비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의 스테이크 맛은 상상 초월이었다. 


심지어, 패스트푸드 햄버거에 패티도 스테이크 급으로 두툼한 아르헨티나 소고기가 나오는데, 정말 충격적으로 맛있었다.



매일 맛있는, 소고기와 오렌지 주스를 마시며, 행복하게 아르헨티나를 여행할 줄 알았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곳에서 만난, 소매치기 녀석에 의해서 행복이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옷에 묻은 것을 닦아주겠다고 다가온 친절한 아르헨티나 시민이 있었다. 내 몸에 묻은 것을 닦아주는 친절함에 나도 모르게 가방을 내려놓고, 웃으며 함께 온몸에 묻는 이물질을 닦았다.


 두 사람이나 나에게 와서 호감을 보이는 것을 보니, 내가 꽤 괜찮은 사람으로 이들에게 보이는가보다. 나는 아르헨티나 스타일인가보다.


두 사람의 도움으로 몸에 묻은 이물질들이 거의 제거가 되었고, 나는 그들에게 Gracias(고마워)를 반복하여 말하고, 인사를 하였다. 


인사를 하고, 바닥에 놓은 가방을 보았다. 가방에 모습이 내것과 조금 달라져 보였다. 내 가방이 이렇게 볼품없었나? 왜 이 녀석이 낯설지?


가방에 문을 여는 순간, 신문지가 가득한 가방이 모습이 보였다.


"아 무언가 잘못되었구나."


계획적으로 2인조 소매치기범들은 나를 타깃으로 이물질을 내게 뿌리고, 의도적으로 다가왔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나의 모습을 보고 나의 가방을 노렸던 것이었다. 그런 것도 모르고, 이물질을 닦아주는 그들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동양의 남자아이를 그들은 얼마나 우습게 어겼을까? 


내가 어안이 벙벙하여, 가방을 내려놓는 그 순간 나머지 한 명이 나의 가방과 자신이 미리 준비한 가방을 바꿔치기하고,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고, 그 순간을 나에게 보여주지 않기 위해, 나머지 한 명은 나의 시야를 가리고 이물질을 닦아 준 것이다.


사건은 순식간에 일어났고, 주변을 달리면서, 소매치기범들을 찾으려고 했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늦어버린 상태였다. 


가방 안에는 200만 원의 돈, 친구에게 빌린 카메라, 관용여권, 기념품 등이 있었다. 당시 나에게는 없어서는 안되는 엄청나게 중요한 물건들을 한순간에 잃어버렸다.


아름다웠던 아르헨티나의 추억은 그렇게 멀어져 가는 것만 같았다. 어제까지 아름다웠던 아르헨티나는 더 이상 나에게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다. 나의 소중한 것들을 빼앗은 장소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나는 갑작스레 발생한 소매치기 사건으로 멘탈을 잃어 버렸다. 하지만, 함께 했던 동료 띠 또는 나의 멘탈을 부여잡아주고, 한국 대사관에 가서 긴급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남겨진 다음 행선지인, 이구아수 폭포와 브라질 여행 일정에 필요한 경비를 내게 빌려주었다.


그때, 띠 또가 없었다면, 나는 여행을 중단하고 엘살바도르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많은 것을 잃어버린 그 순간,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침착함을 잃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에서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사람이 보였다. 그리고 행복의 비밀이 보였다. 무언가를 먹고, 무언가를 경험하는 것도 행복이지만, 내 곁에 좋은 사람이 있다면, 이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알게 되었다. 행복은 늘 가까이에 있어, 우리가 소홀히 여긴다는 사실을.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평생 한번 가보기 힘든 곳이다. 그런 곳에서 경험했던, 소고기 스테이크, 탱고 공연, 삼바 댄스, 패러글라이딩은 정말 잊기 힘든 소중한 추억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여행을 통해서, 진정 소중한 한 가지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띠또였다.


그 모든 순간에 행복과 추억을 공유할 수 있도록, 소매치기를 당한 나를 도와주었던 띠또에 대한 감사가 여행의 모든 순간보다 나에게 소중하다. 


행복의 비밀은 늘 가까이에 있다. 그것은 늘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켜주는 가족이다. 그리고 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어쩌면, 인생은 잃어버릴 때, 진짜가 보이는 것 같다. 나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여행에서 인생에서 가장 값진 경험을 했다.


 지금 생각해도 큰 액수의 돈과 중요한 물품을 잃어버린 부분이 속상하지만, 더 큰 것을 배웠기에 이제는 속상한 마음도 떠나보내려한다.


그때는 깊이 말하지 못한 거 같아서 글로 남길게.

지금 이 글을 보고 있을지 모르지만 꼭 말하고 싶었어.


고마워 띠또야. 네가 있어서, 그 시간이 추억으로 남았어.  Griacias Tit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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