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드라마틱한 인생이 펼쳐질 줄 알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학교라는 굴레를 벗어날 상상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이었다.
“진행성 기억 소실입니다.”
초침이 한 칸 움직일 때마다 머리 속에서 무언가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것이 적막 하게 흐르던 그 때 파장을 부수며 그의 입에서 소리가 새어 나왔다.
“길어도 1년입니다.”
시간과 공간은 인지 할 수 없을만큼 흐려 보였고, 사고는 정지해 버렸다. 시야가 뿌여지면서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릴 것 같을 그때.
“살려주세요! 선생님!!!”
40대 여성의 애원하며 울부짖는 목소리가 방안을 가득채웠다.
“진정해, 방법이 있을거야.”
40 대 남성은 의사의 손을 잡고 애원하는 여성의 어깨를 토닥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지만, 의사에 익숙한 표정에 나는 절망했다. 나와 같은 사람을 이미 그는 수 차례 경험했음을 표정은 말하고 있었다.
나는 이렇다 할 말도 못한 채, 엄마와 아빠를 두고 문 밖을 나왔다. 18살에 나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는 입을 막고 울고 있었다. 늘 다정하고 긍정적이던 아버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적막이 싫지 않았다. 어설픈 위로보다 침묵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집과 재산을 정리해야 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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