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미술관의 천장은 높았다. 과거에 궁전이라고 불린 이유를 알 수 있을 만큼 넓고 높은 구조였다. 그래서 실제보다도 공간이 더 크게 느껴졌다. 각 공간은 피카소의 시간을 분리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시간마다 피카소의 그림은 다양하게 변해있었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그림도 사람처럼 변할 수 있음을 그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피카소는 엄마를 좋아했을까? 아빠를 좋아했을까?”
조용히 피카소의 그림을 관람하던 나와 수아는 침묵을 깬 에스메랄다를 바라보았다.
“이 앞에 그림을 한 번 봐바. 아버지 그림과 어머니 그림의 느낌이 다르지 않아?”
그녀가 말한 그림 앞으로 이동을 해서 천천히 두 그림을 비교해서 살폈다. 하지만, 도무지 그녀가 그렇게 말한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다. 나는 하릴없이 에스메랄다의 초록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제이는 섬세한 남자가 아니네. 수아는 느껴졌어?”
나의 갈색눈동자를 바라보던 에스메랄다의 시선은 어느새 수아를 향하고 있었다. 그런 시선을 의식한 듯 수아는 차분하게 에스메랄다와 나에게 시선을 주며 말을 이었다.
“남자는 둔해서 느끼지 못 할 수 있지만, 여자는 그럴수가 없지. 이 두 그림에서 느껴지는 것은 차가움과 따뜻함이야. 아버지에 대한 차가운 감정이 어두운색을 통해 느껴지니까. 반면에 피카소는 어머니를 밝은 색으로 그렸어. 그건 어머니에 대한 피카소의 마음이 따뜻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해.”
호기심의 눈빛으로 수아를 바라보던 에스메랄다는 수아의 말에 어느새 눈이 동그랗게 커진채 놀라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수아를 바라보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맞아. 역시 수아는 똑똑해. 고흐의 그림에서 영향을 받았던 피카소는 그림안에 감정을 담는 주정주의 기법을 이 그림에서 보여주고 있어. 그의 나이 14살때, 이미 감정을 그림안에 담을 수 있었던 화가였지.”
나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두근거리는 마음이 커져가는 걸 느꼈다. 화가가 되고 싶어 했던 내게 피카소는 거대한 산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 그를 친구처럼 잘 알고 있듯이 대화하는 두 사람덕분에 화가에 대한 열정이 가슴속에서 타올랐다.
“하지만, 고흐와 피카소는 큰 차이점이 있어.”
수아가 에스메랄다의 말이 끝난 후, 호흡을 고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맞아. 고흐는 평생 연애를 제대로 못해본 사람이었고 피카소는 평생 연애를 하고 산 사람이었지.”
생각에 잠겨 제 자리를 돌던 에스메랄다는 정리된 생각을 수아에게 나열했다.
“고흐와 피카소의 차이는 마케팅이 아닐까?”
수아와 에스메랄다 사이로 나의 생각이 들어갔다. 두 사람은 갑작스런 나의 말에 놀라 서로를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두 사람의 시선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평생 자신의 그림을 알리지 않고 묵묵히 그림을 그렸던 고흐와는 달리, 피카소는 자신의 그림에 자부심이 대단했던 것 같아. ‘아비뇽의 처녀들’을 그렸을때도 몽마르뜨 언덕에 친구들을 불러 소개했던 것도 그렇고.”
두 사람의 눈은 지금까지 보았던 모습중에서 가장 커져 있었다. 마치 놀란 토끼눈 같았다.
그때, 수아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한 가지를 물었다.
“왜 두 사람에게 그런 차이가 있었을까?”
“응?”
갑자기 머리가 까매졌다. 의표를 찔린 사람처럼, 마치 오랫동안 풀지 못한 숙제를 들켜버린 것 같은 감정에 휩싸였다. 당황함은 얼굴을 빨갛게 하였고 침착하게 생각할 수 있는 뇌를 정지시켜 버렸다. 그때, 슬프고 시린 목소리가 에스메랄다의 목소리에서 퍼져 나왔다.
“사랑.”
그녀는 알 수 없는 갈라지듯 메마른 목소리로 사랑을 외치고 나와 수아를 두고 다음방을 향해 걸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보이지 않았던 상처를 발견했다. 우리 두 사람은 에스메랄다를 쫓아 다음방으로 향했다.
“사랑이라니?”
풀리지 않는 숙제를 풀어달라고 애를 쓰는 아이처럼 에스메랄다를 바라보며 내가 말했다.
“엄마의 사랑이 아닐까. 고흐는 엄마의 존중과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이고, 피카소는 엄마의 존중과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이니까. 피카소는 엄마에 대해 이렇게 말했어. ‘내가 어렸을 때, 엄마는 말했다. 병사가 되려면, 넌 장군이 될 것이야. 만일 수도승이 되려하면, 교황이 될 것이야. 대신 나는 화가가 되었고, 피카소로 끝나게 됐다.’”
우리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수아가 그 사이로 말을 건넸다.
“엄마의 사랑과 존중이 피카소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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