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이 되면 인생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대학교에 가면 시트콤 논스톱처럼 즐거운 대학 생활이 있을 줄 알았죠. 매일 친구들과 여행을 가거나 새로운 사건들이 생길 거라 기대하였습니다.
하지만, 실제 대학 생활은 기대했던 것과 너무나 많이 달랐습니다. 밤새 도록 술을 마시고 새벽에 해장국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일상이었죠.
대학생활은 너무나 재미가 없었습니다. 실망이 컸던 저는 1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하였습니다. 책상에 앉아 하는 공부가 아니라 세상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에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살던 지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일하는 장소에서 배달 알바를 하였습니다. 지금은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 당시에는 걸어서 배달을 하였습니다.
특히 상가들이 성냥갑처럼 빼곡하게 모여있는 장소였기 때문에, 라면 하나도 배달이 가능하였습니다. 처음 배달일을 하던 날은 오늘 같이 칼바람이 불었죠.
따뜻하게 입었다고 생각했는데도 온몸에는 한기가 돌았습니다. 너무 추워서 머리가 멍해질 정도였죠. 상가 뒷문에 앉아 한참동안 생각을 하였습니다.
'무슨 배울것이 있다고, 이 추운날에 고생을 하고 있지...'
일주일이 고비였습니다. 그만두겠다는 말이 저도 모르게 튀어나올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무거운 돌솥을 4개씩 들고 엘리베이터도 없는 상가를 배달 하고 돌아오는 길에 저도 모르게 말이 툭 튀어나왔죠.
'오늘까지만 한다. 진짜 오늘까지만'
하지만 제 또래의 친구들이 누구도 불평없이 일을 잘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도저히 사장님께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솔직이 챙피해서 그만둔다고 말을 못했습니다. 저 보다 왜소한 친구들도 그만두지 않는데 제가 그만두면 쪽팔릴것 같았습니다.
제가 일했던 곳은 제가 사는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분식점이었습니다. 24시간 영업을 해도 수익이 좋았기에 사장님이 주간조와 야간조를 배치해서 운영을 하였습니다.
주간조와 야간조를 6개월씩 경험하면서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 어떠한 사람들이 사는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서점, 독서실, PC방, 옷가게, 카페, 노래방, 유흥주점, 모텔등을 다니며 다양한 환경과 사람을 만났죠.
대학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치열한 삶의 고민을 마주하는 수 많은 사람들의 말과 태도를 통해서 느꼈습니다.
특히, 하나의 물건이라도 더 팔려고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말을 건네는 상점 주인들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
약 1년간 그곳에서 일을 하면서 몸은 힘들었지만,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귀한 것들을 배웠습니다.
1.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약속과 인사성.
2.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배려와 존중.
3.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 할 수 있는 세상에대한 이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무엇을 추구하는지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산 공부였습니다. 제 또래의 나이인데, 사장님이 되어 물건을 파는 청년을 보면서 나이가 중요하지 않음을 배울 수 있었죠.
20대 알바를 통해 가장 가치 있게 배운것은 경험입니다. 인생에서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학교에서 공부를 많이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책상에 앉아서 하는 공부로는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없다는 것을 몸소 배우는 시간이었죠.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만 합니다. 나의 정의와 다른 정의를 만나면서 사람은 그릇이 넓어진다고 생각합니다.
20대에 다양한 알바를 하며 마주했던 세상의 경험이 마흔에 저에게 도전을 두려워 하지 않는 용기를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