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살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였을까?
문득 혼자 생각에 잠겨본다.
그리고 떠오른 한 가지 이미지.
하루 끝에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길을 지나 부서지는 파도와 노을처럼 번지는 하늘이 선물처럼 나를 기다리는 그 시간. 해가지고 저녁이 찾아오는 그 시간은 내가 늘 기다리는 나의 친구였다.
늘 보고 싶고 함께 있고 싶지만, 아주 짧은 찰나만 만날 수 있는 그 녀석을 늘 그리워했다. 사막여우가 어린 왕자를 기다리는 것처럼.
유럽에서 가이드로 산다는 것은 낭만보다 슬픔이 더 많다. 손님들은 스페인에서 살아가는 내 모습이 부럽다고 하였지만, 나는 여행을 하는 그들이 부러웠다. 왜냐하면, 나는 어느 순간 여행자의 마음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오늘 온 손님을 안전하게 지키면서 명소들을 소개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말이 지식가이 드지, 노동자의 삶에 더 가깝다. 하루 2만보를 걷고, 8시간 이상 20명이 넘는 사람 앞에서 말을 하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 당시 내 몸무게는 60kg이었다. 아무리 먹어도 65kg이 되지 않을 정도로 힘든 생활이었다.
그 하루 끝에 마주하는 핑크빛 하늘과 푸른 바다는 그 자체로 내 영혼을 쉬게 하는 존재였다. 얼마 남지 않은 물병의 물을 쥐어짜듯 목안에 움켜 넣은 채로, 멍하니 하늘을 보았다.
하늘은 아무 말이 없었지만, 나는 그가 나에게 말을 건네는 것처럼 느껴졌다.
"수고했어, 오늘도"
아주 짧지만 강렬하게 바람을 타고 나의 마음을 토닥거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해가 완전히 지고 저녁이 될 때까지 그 장소를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내 곁에 수많은 여행자들은 바다에 누워 납작 복숭아와 체리를 먹으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들이 곁에 있는지도 몰랐던 내가 하늘과 바다를 만나고 그들을 인식했다.
"언제부터 이들은 내 곁에 있었을까?"
좁은 골목을 지나 노을이 번지는 하늘을 발견하기 이전부터 이들은 이곳에 누워 바다를 보며 과일을 먹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다만 내가 이들을 보지 못했던 거지. 내가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다른 사람을 볼 힘이 없었으니까.
그날 나는 알았다. 모든 존재는 누군가에게 꽃이고 벌이고 바람이라는 사실을. 다만 그것을 인식하는 것은 나의 마음에 상태에 달려 있다는 것을.
그래서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 내 마음의 상태는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사물을 판단하니까. 내 마음이 노을에 비친 하늘에 물들 때는 사람들이 행복해 보이고, 내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그래서 쉼이 필요하다. 설 연휴가 시작되는 오늘. 나는 쉼을 얻고 있다. 그러다 조용히 시를 읽다 발견한 '노을'은 바르셀로나의 핑크빛 하늘과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떠올리게 하였다. 어느새 변주된 마음은 그때의 느꼈던 행복한 감정이 내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
도화지 같은 하루가 '노을'이라는 단어를 만나며 행복으로 물들며 시작된다. 나는 한국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바르셀로나에 사는 사람처럼 행복하다. 글을 통해 매일 스페인을 여행할 수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