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의 샌드위치

by 아론의책

피카소 미술관에서 투어를 마치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늘 찾아갔던 곳이 있다.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맛집으로 소문이 나있는 곳이었기에 줄을 서서 먹는 진풍경을 볼 수 있는 곳.


그러나, 여행자들의 시선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암시라는 세계에 살고 있기에 여행책이나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들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에 의해 갇혀있다.


마치 메트릭스처럼 말이다. 그래서 많은 여행자들은, 내가 가는 샌드위치 집을 찾지 못한다. 아니 찾으려 하지 않는다. 그들의 인식한 세계에서는 빠에야집과 타파스집이 강하게 스페인을 차지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스페인에 살면서 그러한 인식의 오류를 벗어날 수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이러한 판단과 생각을 갖게 하는데 영향을 준 것은 현지인들의 삶이었다.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갖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 시간을 통해 전에 알지 못했던 세계를 인식할 때, 우리의 고정관념이 깨지고 시야가 넓어진다. 현지인들의 삶은 나를 변화시키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바르셀로나의 샌드위치집은 나에게 그러한 곳이었다. 프랜차이즈 기업이 만든 샌드위치 가격에 절반 수준의 가격이었지만, 싱싱한 소고기와 야채가 듬뿍 담겨있었다.


그 하나의 샌드위치를 위해 30분을 투자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비효율적 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매우 효율적인 선택이었다. 목이 터져라 1시간 20분 동안 미술관에서 피카소의 그림을 설명하면서 떠오른 것은 샌드위치 하나였다.


구상화가 피카소가 어떻게 마티스와 세잔을 훔쳐 아비뇽의 처녀들을 만들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나에게 중요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을 견딜 수 있는 힘은 단 하나의 따뜻한 샌드위치였다.


손님들은 나에게 제안하곤 했다.


"가이드님, 피카소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같이 식사라도 하시는 게 어떠세요?"

"죄송합니다. 선약이 있어서요."


나는 좋은 손님들을 많이 만났다. 그분들은 따뜻하게 나의 투어를 들어주고 밥까지 사주시려는 분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원하지 않았다. 그분들이 좋았지만, 나에게 더 좋은 것은 샌드위치였기 때문이었다.


"정말 그 집의 샌드위치가 특별하게 맛있어서 그런 것일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맛있기는 하지만, 특별하지는 않은 곳이다. 다만, 나는 그곳에서 포장한 샌드위치와 감자튀김을 가지고 바다에 앉는 것을 좋아했다.


바르셀로나 바다를 바라보며 샌드위치를 베어물 때에 밀려오는 잔잔한 행복이 피로를 감싸주었다.

감자튀김에서 흘러나오는 감자향과 기름은 허기진 내 배를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찬란하게 비추는 태양과 푸른 하늘은 내가 지금 유럽에 있고, 스페인을 살고 있고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였다.


지금도 가끔 샌드위치를 먹는다. 샌드위치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추억을 소환하고 싶어서. 베어무는 샌드위치 한 입에 스페인에 하늘과 바다와 태양을 떠올려 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바르셀로나에서 만난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