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다닐 때, 늘 이렇게 말하는 친구가 있었다.
"아 늦었다. 망했네, 망했어."
그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괜히 나도 잘 못될 것 만 같았다. 학기 초에 친하게 지내려고 생각했던 친구였지만 안 좋은 말이 귀에 거슬렸다. 괜히 나도 잘 못된 것만 같아, 자연스럽게 그 친구와 대화하는 것을 멀리 하였다.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 옆에 있으면, 감정과 기분이 상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그 사람들에게 물들어 간다는 느낌을 받아서. 그렇게 그 친구는 눈에서 멀어졌고, 마음에서도 멀어져 갔다.
20대 후반 나는 코이카 단체를 통해 중남미로 해외봉사를 갔다. 엘살바도르, 전 세계에서 살인율이 1위인 국가. 우리나라 경상남도 정도의 크기에 작은 나라였다. 그 나라에서도 가장 작은 도시 오스투마에 살았다. 마을에 사는 사람이 6000명도 채 되지 않았던 곳이다.
6000명의 사람 중 이방인은 나 하나였다. 모두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어디에서 왔는지, 왜 왔는지가 궁금했나 보다. 그런 그들 덕분에 스페인어 울렁증이 생겼다.
스페인어 전공자도 아닌 나한테, 처음부터 너무 들이댔다. 당연히 스페인어는 외계어처럼 들렸고, 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악센트로 쏟아내는 억양은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다. 그들이 싫지는 않았지만 혼란스러웠다. 공부를 하고 열심히 해도 늘어나지 않은 스페인어 실력에 자존심이 상했다. 포기하고 싶은 그 시절에 치키가 내 곁에 있었다.
그는 오스투마 시청에서 청소일을 하는 청년이었다. 그의 말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의 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언제나 나에게 따뜻한 시선으로 나를 위로하고 공감하고 있었다.
"아론 해보지 않으면 몰라"
그는 낙담에 빠져있는 나에게, 용기를 주는 말을 했다. 도전을 후회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나에게 용기와 위로를 건넸다. 내 표정에 비친 슬픔을 보고 나를 만날 때마다 말해주었다. '해보지 않으면 몰라.'
그 친구 덕분에 포기하지 않았다. 끝까지 단원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스페인어도 잘하게 되었고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도 배울 수 있었다. 그는 나에게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가르쳐 주었다.
마흔이 되어 만났던 사람들을 생각해 보니, 좋은 사람도 있었고, 나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순간에 만났던 인연들이 나쁜 경험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자는 말한다. "세 사람이 함께 가면 그중에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
그의 말처럼 인생에서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만나게 되지만 그들은 모두 나의 스승이 된다.
부정적인 말을 하는 친구에게서는 부정적인 말을 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는다. 부정적인 말은 인생을 부정적인 에너지로 흐르게 하기 때문이다.
긍정은 긍정을 부르고, 부정은 부정을 부른다. 우리가 흔히 유유상종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내 곁에 모인다.
사람들은 좋은 사람을 만나야 인생이 변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전에 기억해야 할 것은 좋은 사람은 아무나 만나지 않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그들도 좋은 사람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의 모습이 나여야 한다.
다른 사람의 말에 공감하고 소통하려는 사람.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듣고 말을 하는 사람.
나의 잘 됨을 자신의 잘 됨처럼 축하해 주는 사람.
나의 슬픔을 자신의 슬픔처럼 울어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친구는 한 명이면 충분하다. 내가 나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주자. 그러면 내 주변이 나와 같은 좋은 친구로 물들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