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회로가 지름길이 됩니다

by 아론의책

가던 길에서 우회해야 할 때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아이 짜증 나"

"시간 낭비했네"


과거에 저는 이렇게 말하며 현실을 부정했습니다. 그렇게 나 또는 타인을 탓하는 게 쉬우니까요. 차마 이 길이 나를 더 좋은 길로 안내할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스페인에 살면서 삶이 우리를 우회로로 데려갈 때, 그 우회로가 뜻밖의 선물과 예상하지 못한 만남으로 이어지는 걸 경험했습니다.



스페인에서 가이드를 하던 시절 좁은 골목길을 안내할 때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길을 잘 못 들으면

저 역시 모르는 곳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었죠.


가이드인데 길을 잃고 헤맬 수 없었습니다. 창피하니까요.


하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자주 갔던 길인데 아무리 가도 나와야 하는 장소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고 고동치는 심장소리가 터질 듯이 커지고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한숨 섞인 목소리.


"아 망했다."


그때 누군가 소리쳤습니다.


"우와~~~"


갑자기 한 손님이 어딘가를 보며 감탄을 하고 있었죠.

일제히 옆에 있던 손님들과 저도 그곳을 바라보았습니다.

https://www.kayak.com.au/Granada.27138.guide


길을 찾느라 정신이 없었던 저와는 달리 손님은 작은 틈 사이에서 알람브라궁전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분 덕분에 그 틈에 기대어 사진을 찍으며 여유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가끔 길을 잃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아니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안전지대를 벗어나면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저 역시 직장을 다니다가 허리를 다쳐 백수생활을 해보았습니다. 그때 육체적으로 경제적으로 너무나 힘든 시련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은 저를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소비자의 시선에서 생산자의 관점으로 변화시켰습니다.


곧은길이 아닌 우회로의 길이 때로는 인생에 지름길이 됩니다.


어쩌면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것이 가장 안전해지는 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어제도 안전지대를 벗어났습니다.


생애 첫 북토크를 하였습니다. 출간작가가 되어 독자들을 만나는 첫자리였죠. 설레는 마음만큼이나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생각하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 같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아무 말 대잔치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꼬이던 말들도 조금씩 안정되었습니다.


결국 그냥 해보는 게 답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해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으니까요. 하면서 조금씩 발전하면 되니까요.


그 덕분에 좋은 인연들과 4시간이 넘게 수다를 떨었습니다. 안전지대를 벗어난 우회로에서 뜻밖의 선물과 소중한 인연을 얻었습니다.


삶에서 우회로 같은 사건들이 지름길이 됩니다.

어쩌면 고속도로가 될지도 모르죠.

그러니 지금 겪는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일은 한 치앞도 모르니까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대화는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