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도 보호받지 못한다고 생각했을 때, 난 죽어있었다.
그림자조차도 놀라 도망가던 날,
나는 처음으로 감정을 잃었고 남은 것은 날카로움 밖에 없었다.
무더위를 씻어주는 에어컨 조차도 살얼음처럼 느껴질 때,
나는 지하철 역 한복판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손목시계는 너무나도 끈적이게 움직였고,
사람들은 나보다 곱절은 빨리 움직였다.
나는 그 안에서 조용히 칼을 꺼내 들었다.
앞에 있는 여자에게 칼을 휘둘렀지만,
맞지 않았고, 맞지 않았고, 맞지 않았다.
그녀는 나보다 정숙(貞淑)한 삶을 살고 있었다.
결국 나는 한 명도 찌르지 못한 채 미끄덩 넘어졌다.
한 남자가 나를 붙잡고, 다른 남자가 손에 쥔 칼을 빼앗았다.
내 두 팔을 제압하고, 머리를 바닥에 꽂았다.
결국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이들의 삶에 도달할 수 없음을...
꿈조차도 꿔서는 안 되는 존재임을...
나는 살려달라고 허우적거리며 비명 속에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