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

by 송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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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늘 오른팔을 다 그었다. 손목 아래부터 안쪽 팔뚝까지 수십 개의 자상이 새겨졌다. 그러니까 이건, 중학교 때부터 시작한 자해가 드디어 완성이 된 듯 한 그런 기분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해는 유일한 내 감정표현이었다. 왜 그렇게 말이 없냐고, 친척들과 가족들이 나에게 타박을 할 때 나는 속으로 말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중학교에서 왕따를 당할 때 나는 처음으로 자해를 했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샤프를 손목에 여러 차례 내려찍었다. 아이들은 그 모습을 보고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는 겁먹은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희열을 느껴 너희들보다 더 강한 존재라며 세 번 더 샤프를 손목에 내리쳤다. 학교생활이 편해진 것도 그즈음부터였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나는 학교에서 사이코 년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샤프를 가지고 자해를 한 게 칼로 변해 있었고, 한번 건들면 물불 가리지 않는다며 아무도 내게 접근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딱히 외롭지 않았다. 어차피 나는 학창 시절 내내 혼자였고, 이번에도 혼자라 한들 특별할 게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체육시간에 혼자 학교 벤치에 앉아 있자, 귓가에서 남자애 목소리가 들렸다.


“야, 너 자해한다며? 진짜야?”


고개를 돌리자 같은 반 현우였다. 아무런 친구도 없는 나와는 달리 오지랖도 넓어서 이반 저반을 들락날락하며 친구 사귀기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마당발이었다. 아무 말 없이 있자 녀석이 다시 말했다.


“야,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나도 좀 알려줘 봐. 응?”


나는 녀석을 째려봤다. 녀석은 마치 내게 기술 전수라도 해달라는 듯 호기심 어린 눈빛을 하고 있었다.


“너 같은 바보는 알려줘도 못해.”

“내가 왜 못하는데?”

“그냥 못해.”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녀석은 아쉽다며 입맛을 다시더니 남학생들이 부르자 축구를 하러 달려갔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녀석이 진심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 며칠 후 내게 대뜸 손목을 보여주더니, “이렇게 하는 거 맞아?”라고 했을 때, 나는 녀석이야 말로 진짜 사이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은 히죽 웃으며 “맞아, 아니야?”라며 마치 나를 농간하듯 쳐다보았다.


현우와 친해지게 된 계기는 그때부터였다. 녀석은 여전히 마당발처럼 이리저리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를 좋아했고, 나는 학교에 오면 화장실도 가지 않고 늘 똑같은 책상에 똑같은 자세로 교실에 앉아있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다 현우가 대화를 걸면 고개를 돌리고 대답을 하는 게 다였다. 반 아이들은 현우와 내가 이야기를 하면 수군덕거렸고, 현우에게 왜 쟤랑 이야기하냐며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그러면 그는 그냥 좋아서.라고 말하곤 했다.

좋아서라... 현우는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아니 지금도 모를 것이다. 자기가 뱉은 그 말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첬을지...


자해를 하는 것은 마치 습관과도 같은 것으로, 나는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것을 자해로 풀곤 했다. 아빠가 바람나고, 엄마가 나에게 욕을 하면, 나는 지체 없이 방에 들어가 커터 칼로 손목을 그었다.


하루는 손목을 너무 깊게 그어 붕대를 하고 학교에 갔을 때였다. 아이들은 내 손목을 보고 수근거렸고, 현우는 역시나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하는 말이,


“야 너 잘못하다가 동맥 끊는 거 아냐?”

라고 말하면 나는,

“죽으려고 자해하는 거 아니니까 끊을 일도 없어.”

라고 대답했다.


“하긴, 죽고 싶다면 고층빌딩에서 떨어지는 게 낫겠네. 그치?”

현우는 마치 이상향의 세계를 상상하듯 말했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꿈이라는 걸 나는 머지않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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