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

by 송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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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


나는 내 안에서 죽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잠재된 의식 안에서 표류가 되어 있는 하나의 포유류를 발견했다. 헤엄치지 못하니 죽은 것과도 같다. 나는 목소리를 잃은 지 오래이며 기억의 한 부분이다. 생명줄에 도사리고 있으며 언제라도 그것을 끊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순수함을 갈구하기 위해 살아 있는 것들을 모조리 죽이며 끊임없이 생生을 갈망한다.


그런 나는 오늘 심장을 옥 조이는 어둠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그림자를 보았다. 그대는 누군가? 나는 그에게 물었지만 그는 대답 없이 경멸만을 토해낼 뿐이었다. 나는 조용히 그에게 다가가 그를 관찰했다. 붉게 충혈된 눈동자하며 어두운 면모 하며 습기로 가득 찬 저 감정들이 흡사 나를 보는 것만 같았다.


“살려주시오.”


이윽고 그가 말했다. 그는 내게 간절한 도움을 요청했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가만히 그를 바라봤다.


“어떻게 살려달란 말이오?”

“나를 그냥 가지면 되오.”

“가지라?”

“그렇소.”


나는 그의 뜻을 이해할 수 없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를 가지면 된다니? 일단 그의 뜻대로 하는 수밖에 없던 나는 오슬오슬 떨고 있는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를 살며시 안자 차가운 음속이 내 피부 위를 적셨다. 어떠한 포근함이나 아늑함도 없는 감촉.


“당신은 왜 떨고 있는 거요?”

내가 묻자 그림자가 대답했다.

“무의미한 질문이오.”

“어째서?”

“나는 처음부터 떨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이기 때문이오.”

“떨기 위해서?”

“그렇소.”

“그래서 그림자가 됐다는 말인가?”

“그렇소.”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그는 내 속에서 잉태된 또 다른 분자(分子)라는 것을.

괴로움이야 말로 그의 삶이며 그는 독설로부터 성장해 왔다. 때문에 어떠한 두려움도 그를 주저하게 만들지 못한다. 그것이 그가 아무런 감정 없이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일 수 있는 이유이다. 그에게 있어 죽음이란 어떠한 소중함과 특별함도, 가치도 나뉘지 않을뿐더러 오직 산 자와 죽은 자만 있을 뿐 나는 너희들을 죽인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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