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존감은 당신에게서부터 피어나요. 전화를 할 때마다 흔들리는 정체성은 매일 안개와 같아요. 나는 오늘도 그것을 걷어내기 위해 아스피린을 삼켰어요. 미간을 죽이고 차디찬 바닥에 누워 꺼져가고 있는 나를 돌아봐요. 가끔은 이대로 정말 사라지는 게 아닐까 생각하지만, 매일 당신 꿈으로 눈을 떠요. 순도가 깊은 이 밤이 이리 시릴 수가 없네요. 다시는 전화 따위 하지 않겠다, 잘살겠다, 다짐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허망하게 무너져요. 그럴 때마다 들리는 자조적인 웃음소리에 또다시 깊은 나락으로 떨어져요. 여기는 어디인가요? 정체된 시간 속에 나는 아직도 헤매고 있네요.
당신, 당신은 내 모습을 기억 하나요? 나는 선명하다 못해 생생해 미칠 지경이에요.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아 이 마음이 괴로운 건 언제나 나뿐이에요. 며칠 전 전화를 받은 당신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낯설었어요. 멀어진 우리의 관계가 바로 그것이었죠. 그 목소리를 들은 나는 혼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어요. 마치 별이 된 다음에 부서지는 은하가 되는 것 같았어요. 그럼에도 더욱더 담대한 당신. 당신은 이런 내 고통을 이해할 수 있나요? 창문에 하나둘 빗줄기가 닿아 터져 나갈 때마다 당신과 나의 파편들이 떠올라 고개를 숙이곤 하는 나를 이해할 수 있나요? 당신은 내게 너무나도 큰 짐을 주고 떠났어요. 그것은 버리거나 덜어주거나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그것이 쉽게 잊어질 상처 따위라면 회복할 때까지만 기다리면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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