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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아론 Dec 20. 2020

[상담사례] 엄마와 살기 싫다는 딸



  엄마와 딸이 상담소에 방문했다. 그런데 모녀간에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 상담소를 찾게 된 원인은 딸이 엄마와 같이 살기 싫다는 것이었다.


  모녀의 사연은 다음과 같았다.


 엄마가 딸을 낳은 뒤 남편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이혼을 했다. 엄마는 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딸을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나왔다. 그리고 딸이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얼굴은 본 게 열 손가락 안에 꼽혔다. 딸이 대학생이 되자 함께 살자고 권했다. 딸이 수락해 함께 살았다.


  하지만 모녀는 금방 갈등이 일어났다. 딸이 대학생이 됐으니 발전적인 삶을 기대했는데, 그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딸은 시간 개념도 없고, 삶에 대한 계획도 없고, 자기 마음대로 살고 있었다. 또 딸이 잘못된 행동을 할 때마다 훈계를 했는데, 이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지어 딸은 다시 할머니에게 가고 싶다고 까지 했다. 엄마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지금까지 혼자 살아가며 딸을 데려오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최선의 삶을 살았는데 이럴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딸의 입장은 다음과 같았다.

  딸은 어린 시절부터 항상 '나는 왜 엄마가 없지?'라는 생각을 가졌다고 했다.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엄마의 얼굴을 몇 번 본 적도 없고, 오히려 할머니의 사랑을 더 크게 받으며 자라왔다. 그러다 보니 현재 딸은 상담 때 엄마라는 존재의 의미를 크게 느낄 수 없다고 했다. 엄마는 단지 단어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정작 정말로 필요한 어린 시절에는 보이지도 않다가 이제야 나타나서 같이 살자고 하더니 귀찮게 하고 불편하게 만들고 잔소리를 하는게 너무 싫다고 했다. 또 딸은 내가 왜 이런 사람에게 간섭을 받으면서 살아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이젠 엄마의 도움은 필요 없고 대학도 안 가도 되니까, 직장을 다니며 독립도 하고 싶다고 했다.


  엄마는 딸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 내가 아이를 너무 늦게 찾은 거 같다고 했다.


  상담은 모녀의 관계 회복에 중점을 뒀다. 긴 시간 동안 딸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엄마가 딸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딸도 엄마 입장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상담시 딸이 집에서 나가고 싶다고 했는데, 그것을 못하게 막은 것은 다음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 친할머니에 집으로 가는 것은 딸이 삶을 진취적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딸은 친할머니에게 사랑을 받으면서 자란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할머니로부터 학업이나 삶에 대한 동기부여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었다. 사랑은 주고 있으나 딸이 하는 행동에 '네가 알아서 잘하겠지'와 같은 방치가 있었다. 만약 딸이 알아서 꿈을 찾고 진취적인 삶을 살았다면, 이는 전혀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로 보아 할머니는 딸에게 삶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해 주는 역할은 못했던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딸의 진로를 함께 고민해 주기에는 부족했다.


  둘째. 딸이 독립을 하는 건 회피였기 때문이다.


  딸은 엄마의 잔소리와 간섭을 싫어했다. 그 결과 독립을 하겠다고 선언 했는데, 회피성이 강하기 때문이었다. 뚜렷한 목표나 동기부여를 가지고 독립을 하는 게 아니라, 엄마의 간섭이 싫어서 나가겠다고 한 것이었다.이런 생각을 가지고 독립을 한다고 한들, 딸이 진취적인 삶을 살 거라는 확실성이 없었다. 이외에도 경제여건처럼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었다.


  딸 이해하기


  모녀 관계 회복은 먼저 엄마가 딸에게 사과를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1살도 채 되지 않은 딸이 대학생이 될 때까지 얼굴도 열 번을 보지 않았다는 건 문제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딸이 받았을 상실감, 주변 의식, 소외감, 외로움, 상처 등등을 모두 알려주었다. 엄마는 그 이야기를 듣고 딸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또한 딸이 시간 개념과, 삶에 대한 계획, 의지가 없는 데에도 이유가 있음을 설명했다. 바로 오랜 시간 엄마 없이 살아오면서 딸이 자존감이 극도록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주변은 사람들은 모두 엄마, 아빠가 있고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데, 자신만 이런 신세니 자존감이 얼마나 떨어졌겠냐는 말이었다. 그로 인한 무기력증으로 진취적인 생각을 못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무얼 해도 잘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그런데 딸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인 엄마가 구박을 하니 이치에 맞지 않았다. 딸에게는 네 문제가 아니니 자책도 하지 말고 죄책감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했다. 예컨대 엄마가 딸의 가슴을 찢어놓고, 너 어떻게 놀았길래 그렇게 다쳤냐면서 잔소리하는 거랑 똑같은 것이다.


  상담을 통해 엄마는 지금까지 자신이 한 행동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이를 순순히 인정했다. 딸이 아무런 동기부여도 갖지 못하게 만든 게 자신인데, 그것을 모르고 너무 딸만 나무랐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엄마는 딸에게 진정 어린 사과를 하고 딸을 완벽히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녀 관계 회복


  이후 모녀는 관계 회복을 위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엄마란 나에게 어떤 존재고 딸은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지금까지 살면서 서로에게 무엇을 주었는지,

  딸이 엄마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이고 엄마가 딸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서로의 마음을 알아봤다.


  그리고 서로 잘못 생각했던 것을 고치고 행동교정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딸은 지금까지 받았던 상처를 세부 감각 지우기 치료를 통해 하나하나 없앴다. 또 자존감을 강화시켜사람들 앞에서 나도 자신감 있게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인식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 결과 딸은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또 어린 시절에는 받지 못했던 엄마의 따듯한 관심과 사랑을 느끼며, 나의 행동에도 변화가 왔다. 엄마를 대하는 태도가 서서히 부드러워졌다.


  그렇게 상담과 심리치료를 통해 모녀는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며 서로를 아껴주며 잘 살고 있다.



 

 Q. 자녀를 소홀히 할 경우 생기는 일


  요새는 맞벌이 부부가 많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아이에게 소홀해진다. 또는 어떤 부모는 너무 미션(일)에만 치중돼 자녀를 소홀히 대하는 부모도 있다. 엄마가 잘해주니까, 아빠가 잘해주니까 나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들 주는 것이다.


   이럴 때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깊은 유대감을 느끼지 못한다. 관심과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해 욕구 충족이 되지 않아 결핍온다.


  이럴 경우 어떻게 될까?


  위 사례에 나오는 딸처럼, 평소에는 관심도 없다가 내가 뭐만 하면 잔소리를 한다고 느낀다. 내 학교생활이나 학업, 친구들과의 관계, 다양한 활동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으면서 게임하지 마라, 휴대폰 하지 마라며 "안 돼"라는 말만 한다.


  과연 이럴 때 자녀가 부모의 말을 들을까? 


  당연히 듣지 않는다. 잘못된 걸 아는 데에도 반항심에 오히려 더 한다. 그러면 부모는 우리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며 너무 힘들어한다.  


  물론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시키는 건 부모의 역할 중 하나이다. 때론 안전을 위해 통제를 해야 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그전에 생각해보자. 나는 아이에게 "안 돼." "하지 마."라는 말을 하기 전에, 무엇을 주었는지.


  만약 물질적으로 보답을 많이 했는데 라고 한다면 아직도 자신의 문제를 깨닫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질로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한순간에 즐거움이 터졌다가 사라지는 폭죽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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