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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아론 Feb 03. 2021

[상담사례] 피해망상으로 인한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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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여학생이 상담소를 찾아왔다.  자퇴를 하고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자꾸 나를 알던 사람들이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공부를 하기 위해 책상에 앉아 있으면, 나를 음해했던 남학생이 방해를 하는가 하면, 밥을 먹든, 화장실을 가든, 잠을 자든, 친구들이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수군덕 거렸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때론 그들을 집에서 쫓아내려 안감힘을 쓰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부모님은 그럴 때마다 여학생에게 정신을 차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꾸만 있지도 않은 남학생이 있다고 하는가 하면, 밖에 친구들이 찾아왔다고도 하고, 혼자 중얼거리더니 느닷없이 발길질 까지도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학생은 그럴 때마다 감정조절을 하지 못했다. 부모님에게 소리치며 왜 자기를 믿지 못하고 거짓말을 하느냐며 분노를 터트렸다. 때론 그 화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기까지 했다.


  이렇듯 딸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아지자, 부모님은 상담을 받자고 권유했다. 하지만 여학생은 나는 정신병자가 아니라며, 나를 괴롭히는 존재가 사라져야 한다는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부모님은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사달 일어날 거 같아 여학생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그렇게 힘겨운 싸움을 해서야 결국 여학생을 상담소에 데려왔다.


  여학생은 상담소에 온 후, 심리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피해망상으로 판별이 났다. 그녀가 피해망상에 걸리게 된 원인은 학원에서부터 시작됐다.


  학원에서 한 남학생에게 사귀자는 말을 들었는데, 여학생이 거절을 한 것이었다. 남학생은 자신이 거절당하자 앙심을 품고 학원에 흉흉한 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바로 자신이 여학생과 관계를 가졌다는 것이었다. 여학생은 그때부터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학원에 가면 사람들에 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고, 친구들 마저도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여학생은 친구들에게 남자애가 퍼트린 헛소문이라고 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자꾸 자기 이야기를 하는 소리가 들리자 결국 학원을 그만두게 됐다.


  하지만 소문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학교 친구들까지 내가 남자애와 관계를 가졌다는 소문이 퍼진 상태였고,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 아니라고 해명해도 앞에서만 그러냐고 할 뿐, 뒤에서는 험담을 하는 이야기가 들렸다.


  여학생은 그때부터 성적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고 학교도 가기 싫었다. 그 결과 여학생은 부모님이 학교에 가라는 소리에도 등교를 거부하고 집에서 꼼짝하지 않은 채 지냈다. 그렇게 집에서 괴로워하며 지낼 때, 어느 날 이상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갑자기 내 머리가 빈껍데기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내가 가진 모든 생각을 누군가가 다 빼앗아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눈앞에 자신을 음해한 남학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눈으로 보이기도 했고, 집에 왔다가 간 흔적들도 있었다. 걔다가 자신을 믿지 않았던 친구들까지. 친구들은 뒤에서 속닥거리며 내 이야기를 했다.


  여학생은 상담을 하며 원장님에게 열변을 토했다. 집에서는 가족들이 아무도 내 말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늘 상담소에 올 때도 따라왔어요. 선생님은 제 말 믿죠?"

  "물론이지. 그동안 걔네들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겠니."

  "정말 조종당하는 느낌이에요."


  여학생은 자신을 믿는다는 원장님의 말을 듣고 금방 라포가 형성되었다. 가족들조차도 내 말을 믿지 않았는데, 상담을 통해 이해와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라포(rapport): 상담사와 내담자 간의 상호 신뢰 관계를 뜻하는 용어.





  원장님은 첫 상담을 마치고, 2회 차부터 심리치료를 진행했다.  먼저 명상치료부터 시작했다. 명상을 통해 고통스러워하는 나 자신의 상태를 바라보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인식하는 치료도 받았다.


  이외에도 회차를 거듭하며 다양한 치료를 받았다.


  과거 기억을 떠올려 부정적 감정을 없애는 치료.

  학교에서 친구들이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게, 불안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 깨닫게 하는 인지치료.

  집에서 남학생과 친구들이 나타나는 게, 모두 허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깨부수는 밀턴 에릭슨의 명상최면 치료.

  미술치료를 통해 '나를 찾기' 등. 여학생은 꾸준히 심리치료를 받았다.


  그 결과 여학생은 남학생과 친구들이 집에 찾아오는 게 자신이 만든 세계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더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심리치료를 통해 완치를 한 후, 다시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능을 잘 보았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위에 이야기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은 <벼랑 끝, 상담> 도서에서 어떤 방식으로 치료하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나옵니다.





  피해망상은 조현병 중에서도 심각한 증상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가족이나 지인, 친구가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증상이기도 하다. 일반 사람이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나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보이지도 않는 게 보인다고 하며, 들리지도 않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고,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말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논리적으로 설득을 시키려 한다.


  "네가 잘못 보고 있는 거야." 

  "그런 사람은 없어." 

  "네 착각이야."

 

  일반적으로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피해망상 증상을 보이는 사람에게는 틀린 말이다. 왜냐면 그 사람에게는 이것이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도 혼란스러워하며 고통에 빠진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없는데, 눈으로 보이고, 귀로 들리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로 그 사람에게 반대하는 말을 하지 말자. 정말 그 사람에게는 그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말을 하자.


  "어떡해. 정말 힘들겠다. 무슨 수를 써야 하지."

  "계속 너한테만 그런일이 생기네. 괜찮아? 많이 힘들지?"

  "진짜? 그랬었어? 어떡해... 괴롭겠다.."


  그렇게 신뢰를 얻은 다음,  후속 조치는 상담소와 정신과 병원에 가는 방법이 있다. 치료를 제대로 받으려면 둘 다 가야한다. 정신과 병원에서 약물치료를 통해야 하고 상담소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없애고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디를 먼저 가는 게 보편적으로 좋은지 추천을 하면 정신과 병원이다. 이유는 피해망상은 사람에 따라 폭력성이 짙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때 설득은 어떻게 해야 할까?  

주의해야 할 점은 절대로 그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은 뉘앙스로 말해서는 안 된다.


  "상담소에 가서 도움을 받는 게 어때? 그 사람들을 없애는 방법을 물어보자."

  "너혼자 해결하기 힘드니까, 정신과 병원에 가서 의사선생님 한테 도움을 구해보자."

 

  물론 이게 쉬운 게 아니다. 조금이라도 잘못 말하면, 자신에게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거라고 '왜곡'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해망상까지 간 상태라면, 가족이나 주변 사람이 해결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러니 먼저 증상을 가진 사람에게 신뢰를 얻고, 설득을 통해 정신과 병원을 방문과 상담소를 방문하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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