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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아론 Feb 21. 2021

[상담사례] 성폭행 후유증 상담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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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십 대 여성이 상담소를 방문했다. 그녀는 가족들이 나를 이해해주지 못해 너무나도 힘들다고 했다. 동시에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문제가 무엇인지 묻자 여성이 대답했다.


  그녀는 집안이 지저분한 걸 견디기 어렵다고 했다. 집안을 청소하고 바닥을 쓸고 닦는데 하루를 보냈다는 이야기였다. 또 남편이 퇴근을 하면 현관 앞에서 양말을 벗어서야 하며, 바로 샤워실로 가 씻고 나와야 한다고 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한번 나갔다 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씻어야지 방으로 들여보내 준다고 했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잠들면 그녀는 집안을 닦는라 새벽이나 돼야 잠에 들었다.


  그러다 보니 걸레질을 하느라 무릎이 성한 곳이 없었고 관절도 좋지 않았다. 문제는 남편과 잠자리에서도 있었다. 그녀는 관계를 갖다가 남편이 순간 짐승 같다는 생각이 들어 발로 여러 번 차기도 했다. 또 샤워실로가 몇시간 동안 씻으며 나오지 않았다. 이불을 몽땅 걷어 빨기도 했다.


  그녀의 그런 이상 행동에 남편은 물론 아이들도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제일 고통스러운 건 그녀였다. 그녀는 나도 내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했다. 빨리 여기서 벗어나 평범한 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기억나는 건 중학교 때부터 나에게 이런 증상이 있었다는 말이었다.


  원인을 살펴보기 위해 각종 검사지를 진행했다. 그 결과 그녀는 외상후 스트레스로 인한 결벽증과 인격장애가 있었다. 사람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이 있었으며, 남편도 믿지 않았다. 또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 놓은 뒤 아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감각 검사(V,A,K) 결과 그녀는 신체감각이 매우 높았다. 한 마디로 그녀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쓸고, 닦고 청소를 하는 것은 신체감각이 높기 때문에 나타는 신체적 증상이었다.


  그녀가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이 있다는 뜻은, 곧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다는 말이다. 그 원인을 찾기 위해 환경프로파일 검사를 실시했다. 가족환경과 학창 시절에 문제가 있었는지 세세하게 살폈다. 하지만 그녀는 가정환경과 학창 시절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부모님에게 관심과 사람을 받으며 자랐고 교우관계도 좋았다. 학교폭력이나 괴롭힘을 당한 적도 없었다. 


  이렇게 각종 검사를 했는데도 뚜렷한 원인이 나타나지 않자 결국 명상최면을 진행했다. 

 이럴 때는 무의식의 덫이 범인이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그녀는 과거에 큰 충격(상처)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것을 잊으려 하고 회피하려 했다는 말이었다. 그 상처가 무의식에 들어가 덫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녀를 침대 위에 눕히고 명상최면을 진행했다. 심신을 안정시키고 트랜스 상태로 만들었다. 그리고 가장 기억하기 싫은 과거를 떠올리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그 결과 그녀는 어린 시절에 유사 성행위를 두 번이나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 행위가 뭔지 모르고 어른이 시키는 대로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는 그것이 결국 성폭행에 버금가는 행위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녀는 충격을 받아 잊으려고 노력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회피하고 또 회피했다. 그 결과 그녀는 기억 속에서 완전히 잊게 되었다. 하지만 중학생 때부터 심리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결국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원인을 알게 된 후, 본격적으로 심리치료를 진행했다. 세부감각 지우기(명상최면 치료 중 하나)로 당시의 상황을 불로 태워 없앴다.  명상최면으로 당시에 하지 못했던 말과 행동을 하게 함으로써 가해자로부터 억눌린 감정을 풀어주었다.     

  이 외에도 상처 난 자아 치료하기, 자존감 키우기 등을 진행했다. 또 인지치료로 집안 청소를 하는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명상최면으로 그 모습을 이미지로 보게 했다.

(심리상담 사례집 <벼랑 끝, 상담>에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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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객관화시키면서, 점차 청소를 줄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윽고 모든 심리치료를 마쳤을 때, 그녀는 모든 증상에서 해방되었다. 평범한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며 상담을 마치게 되었다.




  성추행, 성폭행 피해는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파괴할 만큼 피해가 큽니다. 또 심리적으로 나타나는 증상도 사람에 따라 각기 다릅니다. 위 사례의 여성처럼 신체감각이 높으면, 심리적 증상은 물론,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끝도 없이 청소와 빨래를 하며 쉴 새 없이 움직임입니다.


  반면 시각이 높은 사람은 천장이 꿀렁거리거나 사물이 움직이는 걸 보기도 합니다. 청각이 높은 사람은 머리맡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거나, 침대 벽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립니다. 심하면 시각, 청각, 신체감각 모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만큼 오래 병을 방치했다는 뜻입니다.


  성추행 성폭행은 많은 분들이 혼자 안고 가려합니다. 가족에게 조차도 말하기 어려워합니다. 그러다 보니 오랜 시간이 지나, 결국 위 사례처럼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특히 아주 어린 시절에 대한 성피해는 시간이 흘러 무의식 속으로 들어가 내가 왜 그런지도 모릅니다.


  또한 성피해를 당하면 꼭 심리적, 신체적 증상으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신념체계가 바뀌기도 합니다. 

  나는 이미 더럽혀진 몸이라며 문란한 성생활을 합니다.


  내가 과거에 성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고, 힘든 상태라면 꼭 심리치료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성인이라면 굳이 가족에게 알리지 않아도 됩니다.


  청소년도 마찬가지 입니다. 성추행 피해로 괴로운 상태라면 먼저 부모님에게 꼭 상담을 받고 싶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상담사에게는 사실대로 말하고 심리치료를 받기를 바랍니다. 이 사실을 가족에게 말하지 말아 달라고 하면 상담사가 비밀로 해줍니다. 성피해는 무엇보다도 피해자의 입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미성년자라고 해서 무조건 부모님에게 알리지 않습니다.


  또 부부나 연인, 곧 결혼을 할 예정일 때에. 상대방이 성피해를 고백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바로 후회를 해 잠수를 타거나 연락이 끊깁니다. 이때는 억지로 연락하려고 하지 마세요. 메세지로 위로의 말을 건네주고 잠시 기다려 주세요. 상대방이 마음의 정리가 되면 나는 그대로라는 신뢰와 위로, 공감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며, 꼭 심리치료를 받게 설득했으면 합니다.  위로해 주겠답시고 지속적으로 연락하면, 오히려 불안해 하니 꼭 명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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