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쿵-

by 송아론

여보 나야.

쿵쿵-

여보?


이 부장은 퇴근 후 문을 두드리다 멍하니 현관문을 바라봤다. 다시 두드릴까 하다 그만두었다.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틀림없이 제대로 찾아 온 거라 생각 했는데 다른 집인 모양이었다.

“후...”

한 숨을 내 뱉으며 어두워진 저녁을 바라봤다. 드디어 미친 건가? 이 부장은 서류 가방을 보며 생각했다. 안 그래도 보름 전부터 자꾸 미시감이 느껴졌는데 이제는 아예 모든 것이 낯설었다. 실은 집이라 생각하며 문을 두드렸지만, 이마저도 확신이 없었다. 무의식적으로 걷다보니 도착한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이 부장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가족 전화번호를 찾았다. 아내와 아들이라고 적힌 전화번호가 보였지만, 차마 통화버튼을 누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꾹 통화버튼을 누르자 얼마가지 않아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 무슨 일이에요? 빨리 말해요.

“저...내가 길을 잃었어.”

- 길을 잃었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리고 그걸 왜 저한테 말해요?

“미안한데 내가 지금 머리가 어떻게 됐나봐. 당신, 내 아내 맞지?”

- 아내요?

여인의 목소리는 퉁명하기 그지없었다.

- 저기요, 미안한데 나 당신이랑 이혼한지 벌써 1년이나 됐거든요?

“....”

이 부장은 그 이야기를 듣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여인의 목소리가 무섭도록 낯설기도 했고,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자신이 이혼남인지 아니면 돌아가야 할 가정이 있는 건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중요한건 지금 전화를 받은 여인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거였다. 아내든, 전 아내든 말이다.

“알았어...끊을게...”

이 부장은 전화를 끊은 뒤 재빨리 다른 번호를 찾았다. 통화버튼을 누르자 락 발라드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후렴부에서 전화를 받는 청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차, 창민아.”

이 부장은 그의 얼굴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전화번호에 적힌 그대로 이름을 불러보았다.

-아버지에요?

“그래..”

여인보다는 호의적인 목소리에 이 부장은 내심 안심했다.

“저기, 창민아 미안한데 나 지금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

-모르다니요?

“그니까 지금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아. 내가 말하는 게 무슨 뜻인지 알지?”

-아버지 설마 술 마셨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겠다니까,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휴대폰 너머로 청년의 한숨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버지 이제 그만하세요. 어머니도 다른 사람과 결혼 했고...저도 이제 가정이 있다고요... 언제까지 그렇게 계속 술만 드실 거예요. 아버지도 이제 아버지 삶을 찾아야죠.

“내 삶?”

-네, 그간 저희 키워주셔서 감사하긴 하지만, 이렇게 된 거 다 아버지 때문이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포기하세요.

이 부장은 무엇을 포기하라는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내 삶을 살아가라니? 지금껏 한번이라도 내 삶을 위해 무언가를 해본 적이 있던가?

“나는 일밖에 한 적이 없어.”

-그게 문제였다는 거예요 아버지.

“그, 그게?”

-네 아버지. 저 이제 끊어야 하거든요? 아내가 아파서 제가 대신 애 분유 먹어야 해요.

그 말과 동시 휴대폰 너머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쨌든 아버지. 다시는 어머니 집에 찾아가지 마세요. 조금 전에도 자꾸 누가 밖에서 문 두드린다고 어머니가 기겁을 하면서 전화 왔거든요. 새 아버지 오면 어쩌냐고.

아이의 울음소리가 더 크게 울렸다. 그러더니 예고 없이 뚝 끊기는 전화였다.

“....”

이 부장은 가만히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고개를 돌려 다시 앞에 있는 현관문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여기가 아내의 집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내 집은?

쿵쿵- 여보 나야.

이 부장은 다시 손을 들어 현관문을 세차게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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