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눈 떠보니 나는 침대 위에 부서져 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과자 부스러기 마냥 바스락거리는 게 확실히 부서진 모양이었다.
부서진 채로 해가 질 때까지 있자 여자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우리 이럴 거면 헤어져.]
부서져 답장을 할 수 없는 건데...
여자 친구는 내가 오늘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고 화난 모양이었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어머니가 내 방문을 열었다.
침대 위를 보더니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뭐가 이렇게 더러워!”
‘저예요, 엄마.’
“청소 좀 하라니까 말도 더럽게 안 듣네!”
엄마는 곧장 침대 이불을 털더니 청소기를 가져왔다.
내게 시선 하나 주지 않고 청소기로 부서진 나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엄마 나라니깐요!’
“이래서 결혼이나 할 수 있겠나 몰라!”
위이잉- 거리는 청소기의 거친 소리와 함께 나는 머리부터 빨려 들어갔다.
다리만 남아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
“응? 뭐가 걸렸나? 왜 이래?”
엄마는 청소기를 멈추고 탁탁! 치더니 다시 스위치를 돌렸다.
나는 맥없이 다리마저 빨려 들어갔다.
“오빠랑 나랑은 정말 안 맞아.”
일주일 전 지혜가 카페에서 한 말이었다.
나는 조각 케이크를 먹고 있었고, 모르고 포크를 씹어 앞니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오빠 내 말 듣고 있어?”
“잠깐만. 나 이빨 깨진 거 같아.”
나는 입을 벌려 휴대폰 카메라로 앞니를 살펴봤다.
“사소 한 걸로 싸우는 것도 지치고, 스트레스받기도 싫어. 거기다 나 취업도 해야 하니까, 우리 이제 그만 만나자.”
나는 집게손가락으로 입안에서 깨진 앞니를 꺼냈다.
“오빠 듣고 있어?”
“나 이빨 깨졌다니까 네 말만 하고 있냐.”
“헤어져 우리.”
그 말과 함께 그대로 일어나 카페를 나가는 지혜였다,
그 사이 커피를 가져가라는 진동 벨이 울렸고,
나는 한 모금도 커피를 마시지 않고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내 몸이 조각나기 시작한 건 이 무렵이었다.
평일에 야근에다 주말도 없이 일하고 눈을 떠 다시 출근하려고 할 때,
나는 침대에 손톱 10개가 모두 빠져 있는 걸 확인했다.
너무 놀라 침대에서 일어나자 발톱도 모두 빠져 있었다.
놀라운 점은 그런데도 고통이 하나도 없다는 거였다.
일단은 아프지 않아 그날 회사에 출근해 저녁 10시까지 야근을 했다.
손톱 발톱이 모조리 빠졌는데 아무렇지 않은 게 신기했고,
나는 직장 동료들한테 여자 친구와 헤어질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다들 하나같이 잘했다고 말했다.
나이가 너무 차이 난다며 결혼을 1~2년 이내에 하지 않을 거면 헤어지는 게 낫다고 말했다.
어머니도 나에게 결혼 적령기가 지났으니, 하려면 빨리하고, 아니면 선이나 보라고 했다.
나는 어머니에게 결혼도 하기 싫고, 선도 보기 싫고, 지혜와 헤어질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며칠 후, 지혜가 카톡으로 나에게 정말로 헤어질 거냐고 물었다.
[나는 너한테 헤어지자고 한적 한번 도 없어]
나는 지혜에게 그렇게 답장을 했고, 우리는 다시 사귀게 되었다.
나는 청소기 먼지 통에 들어간 채로 어쩌면 여기에 있는 게 더 나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잠시라도 머리를 식힐 수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비록 먼지 구덩이지만.
여기까지 다다르자, 진작 내 몸이 부서졌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태어나자마자 일평생을,
공부-공부-공부-군대-취업-일-일-야근-야근을 하고 있는 나를 보니 부서져 가루가 되는 건 당연한 건지도 몰랐다. 그리고 기능을 다하면 지금처럼 청소기에 빨려 들어가 하수구에 버려져 지하 깊숙이 묻히게 되겠지.
이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인생 재미없게 사는 친구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인 것 같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