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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아론 Dec 02. 2021

[상담 후기] 약점을 오픈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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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내담자 분이 직접 쓴 글입니다.



오늘은 성인 우울증 검사를 했다. 응답에 나는 항상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하나는 기분이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를 사이클식으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 나빠진 기분은 좀처럼 다시 나아질 거라는 생각을 못한다고 했다. 계속 나쁜 상태에 머물러 있을 것 같은 것이다. 이게 내 것 같고 계속 그 안에서 허우적거릴 뿐이라고 했다.


원장님은 기분은 선택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울한 상태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1차적으로 우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기분이라는 것은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하지만 그 후의 계속 이것을 가지고 갈 것인지, 떨쳐내 버릴 것인지, 추후 행동은 선택이다. 내가 스스로 우울한 기분을 붙잡고 있었다는 것. 화가 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은 다르듯이 말이다.


요즘 수술 후에 기분이 우울하고 자유가 없다고 느끼고 건드리기만 해도 쉽게 폭발한다. 몸이 힘드니 인내심이 약해졌기 때문인데, 그런데 돌아보면 짜증이 나는 문제가 늘 반복되는 문제들이다.

왜 나는 항상 반복되는 문제들을 가지고 살아갈까?


나는 자주 충동적으로 반응적으로 감정에, 본능에 따라간다. 욕구불만이 많은 걸까? 깨어 있는 의식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좀처럼 발전이 없다. 혼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늘부터 자기 전 인터넷을 하지 않겠다. 쓸모없는 유튜브 상매경에 빠지지 않겠다고 다짐해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빠진다. 2~3시간은 유튜브 속에 혼이 빠져있다. 제어를 하지 않는다. 그러고 나서 자괴감에 빠진다. 이런 짓을 한 자신에게 욕을 날리고, 그래도 다음에 또다시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다 보면 무기력한 기분이 찾아온다. 언제나 돌아오는 것은 후회다. 언제나 변함없이 눈앞의 것만 좇는 한심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존감을 추락한다.

그럼 왜 그런 걸까? 뇌 자체가 그렇게 생겨 먹은 것도 아니고, 뇌가 그런 행동 패턴에 굳어버린 걸까?

나는 후자 쪽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의 패턴을 똑같이 답습하고, 정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환경이 나에게 차분하게 집중하지 못하는 패턴을 만든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주변 사람을 보면 모두가 예전보다 더 나아진다. 떨어지는 사람 별로 못 봤다. 근데 항상 나만 제자리걸음이다. 왜일까? 한 발자국만 짚고 올라가면 되는데, 거기서 망설이다 스스로 다시 내려온다. 그리고 그게 패턴이 되었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 사람에 대한 불신감 때문인 거 같다. 문제는 두려움이다. 또 다른 미션을 수행해야 된다는 거부감, 거부감이 내 속에 있다. 이것 또한 선택이다. 불안한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른 두려움도 있다. 한발 더 올라가면 정말 행복할 거 같은데, 그 행동도 두려운 것이다.

나는 행복할 자격이 있을까? 나 같은 게 그래도 될까? 다른 사람이 싫어하는 것 아닐까? 시기심 많은 사람들까지도 걱정한다.


사람들은 산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처럼 올라갈 때도 있고, 다시 내려올 때도 있다. 올라가는 상태에서 교만했다면, 그 건방짐 자체에서 다시 내려오게 된다. 하지만 그런 사이클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엔 상승곡선이다. 그 과정을 겪다 보면 본인에게 내공이 생기기 때문이 그렇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 내려오는 기분이다. 그냥 두려운 것이다. 세상이... 사람들의 평가가.. 욕먹는 상상... 이런 것들이 견딜 수가 없었다.


선생님은 이 일기도, 나의 약점도 모두 오픈하라고 말씀하신다. 오픈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물이 고여 썩게 된다고 하셨다. 나에게는 정말 무서운 일이다.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방어벽을 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약점을 감추기 위해 그걸 칭칭 싸매고 누가 볼까 봐 전전긍긍하는 삶을 살았다. 그래야 찌질한 내가 아닌 멋진 모습, 괜찮은 나로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런데 그걸 오픈 하다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내일 당장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서 마지막이 된다면 모를까...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가 떠올랐다. 나는 사람들의 평가에 목매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긍정적인 평가에 말이다. 욕먹지 않기 위해서 얼마나 처절하게 목매달고 있었는지 스스로가 깨달았다.

나는 좋은 모습, 멋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 사람들에게 진실하지 않았으며, 필요하면 거짓말도 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한번 상상을 해봤다. 내가 사람들의 평가에 해방된다면 어떨까? 그럼 나는 어떨게 될까?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거나 말거나 괜찮다. 욕 좀 먹어도 괜찮다는 생각. 아니, 사실 욕이 아니라 공감을 할지도 모르겠다. 몸무게보다도 무거웠던 짐덩어리가 해방될 것 같긴 하다. 아직 까마득하긴 하지만.




최고야 원장 답글

님께서 가지고 있는 약점은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용감하게 오픈하고 툴툴 털어 버리시니 대단하시네요.

약점은 오픈하면 날아갑니다.

끌어안고 있으면 두려움으로 남아 더 나를 낮아지게만 하지요.

욕 좀 먹으면 어때요. 까짓것~~~

잘 선택하셨어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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