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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아론 Dec 10. 2021

[내담자 치료 일기] 3화 소련 독재자가 되고 싶었다


텀블벅에서 <벼랑 끝, 상담> 오디오북을 펀딩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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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부터 보셔야 내담자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내담자가 말하는 그분은 저(송아론)를 말합니다.


https://brunch.co.kr/@aronsong/511

(1화)

https://brunch.co.kr/@aronsong/512

(2화)



소련 독재자가 되고 싶었다



그분 상담을 요청했을 때 그때의 저는 정말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간절한 심정이었습니다. 제가 나아질 거라는 희망은 별로 없었지만 이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다시 한번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분께 상담을 드리면서 저는 엄청나게 반갑고 희망적인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분은 많은 상담가들이 "대화식 상담"을 하고 있지만 사실 대화식으로는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겁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여태까지 받아온 상담은 전부 다 말을 주고받는 대화식이었습니다. 저의 힘들었던 학창 시절을 얘기하고, 어느 날은 저의 불안한 미래에 대해 얘기하고, 어느 날은 현재의 학교생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공감받는 기분이었고 감정이 상당히 해소되었습니다. 다만 그 순간만 감정이 해소될 뿐, 여전히 불안하고 막막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반복되었습니다. 힘든 일도 계속 생겨났습니다. 아무것도 해결되는 게 없었습니다.


그러나 상담에서 제일 중요한 건 "치료 상담"이라고 하셨습니다. 대화와 별개로 "치료"를 해야 비로소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희망이 생겨났습니다. 엄청난 기대와 설렘이 마음속에 깃드는 거 같았습니다. 제가 심리상태가 나아지지 않았던 건 제가 심각해서가 아니고 잘못된 상담을 받아왔기 때문이고 따라서 지금부터 치료 상담을 받으면 저도 나아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저는 치료 상담이 너무나 기다려져서 몸을 옴짝 달짝할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너무나 느리게 가는 게 답답했고 부정적인 감정 또한 자꾸 치달아서 좀처럼 견디기가 힘들었습니다.


상담예약은 다음 주 금요일이었지만 저는 혹시 모르는 마음으로 다음 주 월요일에 해주실 수 없겠냐고 애원했습니다. 다행히도 월요일에 해주시겠다고 하셨고 저는 비로소 안도하고 편안하게 상담 날만을 기다렸습니다.


상담 당일, 저는 상담소가 있는 서울로 올라가면서 무엇을 어디서부터 말할지 행복한 고민을 했습니다. 말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아서 터질 것만 같았고 이걸 전부 다 말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믿어왔던 상담 방식에서 탈피하여 치료 상담을 하신다는 말씀만 들어도 엄청나게 대단한 분이고 무엇이든 이해해주고 명쾌한 해결책을 주실 것만 같은 기대가 있었고 이제 이 어두운 삶도 안녕이다라는 설렘에 기뻤습니다.


저는 드디어 상담소에서 원장님을 만났습니다. 원장님 첫인상은 즐겁고 유쾌하면서도 에너지 넘치시는 모습에 은근한 카리스마가 있으셨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 즐거워 보이셔서 내 아픈 마음을 이해해주실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살짝 들었습니다.


*내담자가 상담소에 오면 처음에는 친절한 얼굴로 밝게 인사를 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우울한 내담자 입장에서는 이 모습이 좋게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담사는 다음 회차에서 내담자를 맞이 할 때, 내담자의 기분을 살피면서 맞이해야 합니다. 무조건 밝거나, 진중하게, 무겁게, 맞이해서는 안 됩니다. 상황과 때에 따라 맞춰줘야 합니다. 그래야 라포 형성이 될 수 있습니다.


라포란?

상담이나 교육을 위한 전제로 신뢰와 친근감으로 이루어진 인간관계이다. 




상담실에 들어가기 직전에 VAK 검사부터 했습니다. 30개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체크하는 것이었습니다

VAK검사는 각 질문을 통해서 그 사람이 정보를 받아들일 때 어떤 감각(시각, 청각, 신체감각)을 선호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검사입니다.


V=시각은 눈으로 보는 것.

A=청각은 소리나 말을 듣는 것

K=신체 감각은 분위기나 감정을 느끼는 것입니다.


시각이 높은 사람은 외면, 보이는 모습을 중요시합니다.

청각이 높은 사람은 들리는 것, 말의 내용을 중요시합니다.

신체감각이 높은 사람은 분위기나 느낌, 자신이나 타인의 감정을 중요시합니다.


어떤 감각이 높으냐에 따라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가치관, 신념, 살아왔던 태도를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시각이 높은 사람은 멋진 걸 좋아하고 남들한테 보이는 걸 중요시하기 때문에 보석이나 액세서리, 치장이나 꾸미는데 돈을 많이 쓰고, 이성의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청각이 높은 사람은 말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내부 언어를 많이 하고 생각이 많습니다. 그래서 논리적이고 이성적입니다. 예를 들어 지식을 중요시하고 외모보단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청각이 높다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신체감각이 높은 사람은 감정이나 분위기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감정에 민감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감정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하고 자신의 기분이 어땠는지 자주 얘기하며, 스킨십을 좋아한다면 신체감각이 높은 것입니다.


그래서 내담자의 선호감각에 맞게 상담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시각이 높고 청각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계속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면, 이해하지를 못합니다. 또 보이는 모습에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상담 효과가 떨어집니다. 외모를 단정히 하고 논리적으로 설득시키기보단 멋진 이미지를 자주 떠올리게 하는 게 좋습니다.


청각이 높고 시각이 떨어지는 사람은 외모로 어필하는 건 효과가 떨어집니다. 말이 어느 정도 이치에 맞고 논리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처럼 vak 검사를 거쳐야 그 사람이 중요시하는 것을 알고 더 효과적인 상담을 할 수 있습니다.


각 질문은 예를 들면 이렇게 되어있었습니다.


1. 책을 고를 때

가. 디자인을 보고 고른다

나. 논리적인 책을 좋아한다.

다. 감성이 묘사된 책이 좋다.


2. 옷을 고를 때

가. 보기에 이쁘거나 멋진 것

나. 아주 편안한 것

다. 남들이 잘 어울린다고 하는 것



3.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가장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 직관적인 느낌

나.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

다. 전체적인 일의 모습


이런 질문이 30개가 있습니다. 저는 검사 결과 결과 아래와 같았습니다.




시각:3  / 청각:13  /신체:14


청각이 높은 저는 사람들이 어떤 말을 하느냐에 크게 영향받고, 말 내용을 중요시하며 논리적이나 이론적인 걸 좋아합니다. 보는 것보단 말이나 소리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들리는 소리에 민감합니다.


어떤 상황에 부딪치면 눈에 보이는 것보단 사람들의 말을 듣고 사고를 하여 상황을 판단합니다. 때문에 냉철하거나 객관적인 판단을 하려고 합니다. 적은 걸 갖고 많은 생각으로 많은걸 판단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이해가 빠릅니다. 언어와 사고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말주변이 뛰어납니다.


그러나 심리적 문제가 있을 경우, 작은 것에서 지나치게 많은걸 생각하고 때로 크게 비약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일어났다고 생각하여 괜히 두려움에 떨거나 지나친 생각 때문에 현실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남의 말에 민감하기 때문에 말에 쉽게 상처 받습니다. 아니면 아예 귀가 닫혀서 아무것도 안들 리거나 입을 닫아버리기도 합니다.


신체 감각이 높은 저는 감정이나 몸에 예민합니다. 사람들의 감정에 쉽게 영향받습니다. 어떤 상황이 생기면 가장 먼저 감정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때로는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합니다. 감정에 민감해서 남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감수성이 풍부합니다. 몸에 민감해서 스킨십 같은 신체적 접촉을 좋아하고 운동도 좋아합니다.


그러나 심리적 문제가 있을 경우, 사소한 것에 쉽게 감정적으로 영향을 받고 감정이 커져서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시각이 아주 떨어지는 저는 사람들의 외모나 디자인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멋진 것이나 아름다운 걸 보아도 반응이 시큰둥하고 저 자신도 꾸미는걸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래서 뭔가를 보아도 영향받는 정도가 미미합니다. 


보는 감각이 약해서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는 게 어렵고 물건 찾기를 어려워하고 길치가 심합니다. 정리정돈을 잘 못합니다. 구경 다니는걸 별로 안 좋아합니다. 사람의 표정을 잘 캐치하지 못하기 때문에 눈치가 없다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대략 이런 결과가 나왔을 때 저는 평소의 제 모습이 왜 그런지 대략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저는 제 외모를 꾸미는걸 귀찮아했고 뭔가를 구경하러 다니는 걸 싫어했습니다. 미용실에 가도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몰라 미용사한테 요즘 스타일로 잘라달라고 했습니다. 


옷도 새로 사기보다 똑같은 걸 돌아가며 입었습니다. 사람을 만날 때도 여행이나 영화처럼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걸 싫어했고 한 자리에 카페에 앉아서 진지하고 길게 얘기하는 걸 훨씬 더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지식과 관련된 거면 더 좋았습니다. 


남의 말에 좀 비판적이었고 논리적이지 않은 사람은 불편했습니다. 늘 진지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여러 개를 생각하기보다 하나를 깊이 생각하는 걸 좋아했습니다. 쉽게 감정적인 상처를 받았고 남의 감정에 아주 예민해서 상대방이 기분 좋고 나쁜 것에 굉장히 휘둘렸습니다. 스킨십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때로는 감정을 못 이겨 어리석게도 커다란 실수를 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포커페이스를 잘 못했습니다.


검사 결과를 받고 제 자신이 왜 그런지 쉽게 납득이 되었습니다. 저는 당시 상황과 고민을 원장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알바로 서빙을 했는데 저는 항상 뭔가를 자꾸 놓쳐서 손님한테 왜 그걸 갖다 주지 않았냐는 핀잔을 받았고 한 달째 일함에도 속도도 느리고 이틀째 하는 애보다 실수를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콩나물을 다듬을 때도 검은색을 보고 썩은 부분을 뜯어내라는데 어디까지가 썩은 부분인지 감을 잡지 못해서 일이 아주 느렸습니다. 학교 다닐 때도 눈치가 유독 없어서 혼자서 다른 행동을 했습니다. 어떤 알바든 다른 사람들은 빠르게 잘하는데 저는 너무 못하는 거 같아 열등감이 아주 심했고 저는 절 무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것들의 원인은  제가 시각이 아주 떨어져 많은 걸 보고 빠르게 행동하는 걸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원장님은 저에게 청각이 높아서 남에게 잘 속지 않는 유형이고 이성적이고 사고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이해가 빠르고 공부도 잘할 수 있고 말도 잘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납득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면 저는 그전에 사람들에게 자주 속아왔고 왜 그런 걸 속냐고? 바보냐는 말도 자주 들었습니다. 카톡을 이해 못 해서 난독증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계산이 아주 느리다는 말도 들었고, 대학에 와서는 아무리 공부해도 전공서적을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어서 시험을 백지로 낼 때도 있었습니다. 


똑같이 공부해도 남들보다 성과는 훨씬 적었고 바보라는 말도 많이 들었으며, 저 혼자 뭐가 뭔지 판단을 할 수가 없어서 항상 사람들한테 대신 판단해달라고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조언 속에서 갈팡질팡 했습니다. 저는 저보다 판단을 잘하는 사람을 보며 항상 부러워했고 매사에 늘 백치였습니다. 사람들은 저를 늘 답답해했습니다. 저는 늘 제가 잘못된 행동만 하고 거의 모든 사람이 저보다 똑똑하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제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심리상담가는 거의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심리상담가는 상황판단이 적절하고, 말을 잘해야 하고, 안 보이는 걸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사람들은 대체로 저보다 심리적으로 건강하고 똑똑하므로 심리상담가는 저에게 가장 소질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글쓰기 또한 사람들이 모르는 걸 더 잘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하므로 글쓰기도 접었습니다.


그러나 원장님은 제가 심리상담사를 해도 잘할 것이고 국문학에 재능이 있기 때문에 글쓰기도 잘할 수 있고 남들이 모르는 걸 알려줄 수 있는 기능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내담자가 재능이 있는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운동선수가 부상을 당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운동능력이 있어도 신체적으로 부상을 당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과도 같다는 말이다. 내담자는 당시에 조현정동장애라는 진단을 받았고, 마음의 상처가 많은 상태였다. 때문에 청각과 신체감각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잘 해내지 못한 것이다. 


그때 저는 오랫동안 동굴 속에서 빛을 본 느낌이었고 희망이 생겼습니다. 가장 하고 싶음에도 자신이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몇 년 동안 포기했던 것들을 원장님은 저에게 잘할 수 있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그쪽은 소질이 없다고 말하는데 원장님만은 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심리학자이시므로 분명 더 정확한 판단일 것으로 그때 벅차오르는 희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내심 동의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왜 그쪽에 소질이 없는지 말했습니다.



나    

심리학자들은 남의 심리를 잘 꿰뚫어보잖아요. 어떤 말을 하면 상대방이 기분 좋을지 알기 때문에 사교성도 좋고 때문에 훨씬 더 외향적이지 않나요? 

뛰어난 심리학자가 되려면 남의 마음을 쉽게 얻어야 하고... 저는 사교성도 없고, 눈치 없고, 이상한 말만 한다고 하고, 제가 아는 친구는 저보다 훨씬 더 눈치 빠르고 남의 기분 어떨지 쉽게 예상하고, 그에 맞게 행동해서 인기도 많고 말주변도 뛰어나고 외향적인데 심리학자도 그런 재능이 있어야 잘하지 않나요?



원장님
심리학자 중에도 내성적인 사람 많아요. 칼 융도 내성적이었어요. 저 또한 심리학자가 되기 위해 사람 아무도 안 만나고 은둔하며 15년 넘게 공부했어요. 전 요새도 친구를 잘 만나지 않아요.



그렇군요... 제 꿈이 뭐냐면요. 저는 천재가 될 거예요. 어떤 천재냐면 글로 세상을 바꾸는 천재. 제 글 덕분에 이 세상이 평화를 사랑하고 유토피아로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사실 글쓰기를 할지 교사를 할지 심리학자가 될지 사회운동가가 될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 천재는 노력하면 안 돼요. 진짜 천재는 자유롭게 뭔가를 생각하고 자신의 분야를 즐기잖아요. 그리고 그렇게 해야 진짜 창의력이 나오지, 뭔가 노력하는 건 좀 바보들이 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학교에서도 노력 안 해요. 그건 기존 시스템에 저를 맞추는 창의력을 말살시키는 폭력인데, 저는 그것에 저항하고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도 몰라주고 제가 성적 좀 나쁘다고 무시하고... 정작 세속에 찌들어서 남을 판단하는 바보가 누군데... 저는 그런 바보들을 싹 쓸어버리고 싶다고 생각도 해요.



원장님 

어떤 천재도 그냥 되기는 어렵죠. 열심히 노력해야 어떤 업적을 남기고 천재가 될 수 있지. 어떻게 즐기기만 하면서 자연스럽게 천재가 될 수 있겠어요?



(납득이 안되고 동의하지 못하지만 원장님을 믿지 않으면 정말로 내 인생은 끝날 것이므로 가만히 있고 내 생각이 틀렸나? 하고 돌아본다.) 

그런가... 아무튼 전 이 세상 사람들이 다 싫어요. 특히 부모님만 생각하면 질색이에요. 저는 부모님을 죽이는 상상도 자주 해요. 그런데 제가 마음이 약해서 그러지 못하니까 제 착한 마음씨가 너무 싫어요. 착한 마음씨만 없다면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을 텐데...



원장님 

부모님이 어떻게 하셨어요?



나 

저희 부모님은 엘리트주의에 빠져서 제가 공부로 성공하지 못하면 저를 짐승처럼 다루었어요. 특히 엄마는, 제가 기억나기로 제 성적 하나에 인생이 왔다 갔다 하는 사람으로 보였어요. 


맨날 엄마 눈치 봐야 하고 학교 가면 또 애들한테 괴롭힘 당해야 하고 알지도 못하면서 맨날 공부하라고만 하고, 저번에 밤에 게임하다가 엄마가 자다 뜬 눈으로 얼른 자라고 하는데 그때 딱 생각난 게 일본 공포영화 주온? 그런 귀신을 닮았더라고요. 


아무튼 엄마는 늘 우울해가지고 저를 성공시켜서 엄마 무시했던 시댁에 복수할 생각밖에 없어요. 그런 엄마 때문에 제 인생이 망가졌죠. 그래서 공부 안 해서 엿 먹이려는데 그럼 또 제 인생이 망치고.... 너무 불공평하고 원통해요. 제가 성공하면 부모님이 행복할 거라는 게 가장 싫어요. 그래서 성공 안 하고 싶은데 그럼 또 제가 싫고... 이제 다 지긋지긋해요. 어떤 일이 있었냐면요.......




저는 과거에 어머니 아버지가 저를 어떻게 대했는지 원장님께 전부 다 털어놓았습니다. 원장님은 그 얘기를 들으면서 기겁하셨고 부모님이 어리석기 짝이 없다고 해주셨습니다.


제 잘못이 아니라 지금의 너는 아주 당연한 것이라고 해주셨습니다. 계속 제 편을 들어주시고 어머니 아버지의 방식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걸 계속 설명해주셨습니다. 저는 제가 잘못된 게 아니라 부당하게 당한 것이라는 걸 조금씩 깨우치게 되었습니다.


저를 옥죄던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 자괴감에서 조금씩 조금씩 풀려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는 원장님 앞에서 부모님을 마구 난도질해주겠다는 생각으로 흉을 봤습니다. 원장님은 다 이해해주시고 제 말에 끼어들지 않고 듣기만 해 주셨습니다.


또한 단지 공감만 해주신 게 아니라 당시 상황이 어떻게 해서 부조리했던 거고 그때 옳은 방식은 무엇인지, 어떻게 했어야 하는지를 논리적으로 명쾌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10년 이상 묵혔던 의문들이 하나하나 조금씩 답을 찾아가고 뭔가 좀 명확해져 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부모님 원망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면 모두 저한테 한심하다고 말했습니다. 

네가 애냐고 그러고, 나는 환경이 힘들어서 뭔가를 하기도 어려운데 너의 부모님은 다 주지 않느냐 그런데 비난만 하다니 네가 너무한 거 아니냐? 너는 너무 비겁하고 복에 겨웠다. 배부른 고민만 한다.라는 말을 들어왔습니다.


저 또한 저보다 훨씬 부족한 부모님을 두고도 노력해서 사는 사람을 봐왔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무능력하게 좋은 부모님을 원망만 하는 제 자신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와 비례하여 오히려 부모님에 대한 증오심과 원망은 누르면 누를수록 폭발하듯이 치솟았습니다.


아무도 저를 이해해주지 않고 복에 겨운 사람으로 보는 거 같아 저는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미웠습니다. 소련 독재자처럼 사람을 마음껏 숙청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님이 한탄스러웠습니다. 

반대로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하고 마음도 넓고 잘 살아가는데, 저는 여전히 원망하고 게으르고 남을 죽일 생각만 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열등감은 더욱 심해져서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습니다.


원장님은 그저 제 편에서 들어주셨습니다. 또한 당시 상황에 대해 명쾌한 판단도 해주셨습니다. 저는 신나서 열심히 더 얘기했고 제가 옳았다는 자신감이 조금씩 생겨났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해도 항상 받아들여지는 기분,  공감해주시면서도 당시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은 잃지 않으셨습니다. 또 이성적으로 납득할 수 있게끔 쉽게 설명해주시고, 저는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거란 기대와 제 편이 생기고 있다는 행복에 겨워 열심히 마음껏 얘기했습니다.


이렇게 저에 대한 진단이 끝났습니다.


원장님은 제 가치관에서 엄청난 혼란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치료 횟수로 30회기를 잡으셨고 아버지와 통화를 했습니다. 원장님은 아버지랑 통화하면서 "이렇게 직접 찾아올 정도면 충분히 치료됩니다."라고 말씀해주시는 걸 보면서 저는 벅찬 희망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오래돼서 당시 상황이 정확히 기억이 안 나네요 ㅎㅎ 대화가 대략 저런 식으로 갔다고 이해해주시면 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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