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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문학관

[시] 충만할 수만 있다면

by 송아론

아, 세상의 상념들이 머릿속에서 속앓이를 한다

세상이 나를 이해하고 있음을 위로받기 위해 태어났는데

태아기를 거친 내 몸은 상처들로 가득해


나는 태어날 때 어머니의 배를 갈라 나왔지

간호사는 “아들입니다!”하고 외쳤을 거야

아버지가 탯줄을 잘랐을 테고


난 그때 두려웠어

무한한 시간과 상상을 초월하는 공간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두려웠어

그래서

앵앵-

거렸지


삶이란 무엇일까


어두운 밤하늘 도심의 심박수는

자꾸 클락션을 울리고

처음으로 날랜 생각에 가득 차

물렁한 건물 옥상에 올라섰는데

비상할 것만 같은 난간 앞에 서니

상상할 수조차 없는 곳으로

날아갈 것만 같은 거야


날아올라라

날아올라라


하늘이 번쩍이고

난 간신히 이간질을 참아냈어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다시 어머니 배속으로 들어간다면

난 나오지 않을 거야

양수를 토해내

어머니가 입덧 대신 거식증에 걸려도

난 나오지 않을 거야

이곳은 아주 위험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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