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나는 내가 정신병 환자라는 건 인정하기 싫었지만, 내 증상에 대해서는 받아들였다.
내가 이 세상을 순조롭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다.
우울증을 조울증으로 빠르게 바꾸는 것.
나는 집에서 특히 우울증이 발현된다는 걸 자각하고는,
잠들기 전까지 회사보다 집에서 더 바삐 움직였다.
홈트를 하는 가 하면, 상념에 빠지지 않게 책을 읽거나, 말이 많은 준호랑 통화를 했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유튜브를 보고 소질에도 맞지 않는 요리를 했다.
맛은 당연히 형편없었다.
남 주기엔 욕먹을 거 같고 버리기에는 아까운 것들
음식물 쓰레기통에 직행하느니 차라리 점심값도 아낄 겸 회사에 도시락을 싸갔다.
그렇게 내가 우울증을 잠재우게 된 다양한 방법 중 하나는, 맛없는 도시락을 섭취하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