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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by 송아론

이유


정신과 약을 먹으면서부터 입맛이 없어졌다.

가뜩이나 무기력한데 도시락을 떠올리면 더 먹을 의욕이 떨어졌다.


"윤 대리. 어디 몸 안 좋아?"

"아뇨, 그냥 피곤해서요."

"대리님. 점심 안 드세요?"

"응. 다이어트 중이라 맛있게들 먹어."


나는 점심시간마다 엎드려 잠을 잤다.

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있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았다.

일단 적성에 맞지도 않는 요리를 더는 안 해도 된다는 것.

굳이 스트레스를 받으며 도시락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


우스갯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약을 먹게 만드는 데 이 두 가지가 큰 작용을 했다.

물론 더는 한 여름에도 방바닥이 싸늘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큰 몫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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