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모순

by 송아론

모순


"누나, 무슨 약 먹는 거예요?"

탕비실에서 점심 대신 약봉지를 입에 털어 넣을 때였다. 고개를 돌리자 진호가 서 있었다.

"감기약."

나는 태연하게 약을 삼켰다.

"감기약? 누나 혹시 우울증 있어요?"

"뭔 소리?"

나는 뜨끔했지만, 네가 무슨 약사라도 되느냐는 표정으로 뒤돌아섰다.


그러고 보면 참 이상하다.

감기약은 아무렇지 않은데, 우울증 약은 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기는 걸까?

나는 이러고 있는데, 그 녀석은 왜 잘 지내고 있는 걸까.


약을 먹는다고 해서 원한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약을 먹고 있는 걸까?

우울증은 사라지는데, 갈수록 가슴이 답답하다.


평온해지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