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누나, 무슨 약 먹는 거예요?"
탕비실에서 점심 대신 약봉지를 입에 털어 넣을 때였다. 고개를 돌리자 진호가 서 있었다.
"감기약."
나는 태연하게 약을 삼켰다.
"감기약? 누나 혹시 우울증 있어요?"
"뭔 소리?"
나는 뜨끔했지만, 네가 무슨 약사라도 되느냐는 표정으로 뒤돌아섰다.
그러고 보면 참 이상하다.
감기약은 아무렇지 않은데, 우울증 약은 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기는 걸까?
나는 이러고 있는데, 그 녀석은 왜 잘 지내고 있는 걸까.
약을 먹는다고 해서 원한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약을 먹고 있는 걸까?
우울증은 사라지는데, 갈수록 가슴이 답답하다.
평온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