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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아론 Sep 22. 2020

[사례5] ‘강박증’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는 딸 2화



1) 내담자 증상 진단



내담자의 심리적·신체적 증상은 모두 엄마로부터 기인했다. 어린 시절 엄마가 바람을 피울 때마다 그 사실을 숨겨야만 하는 자신을 보며 도덕심을 훼손당했다. 그 결과 스스로 불결함을 느끼며 자신이 더럽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담자는 엄마만 보면 자꾸 다른 남자랑 엉켜있는 장면이 떠올라 괴로워했는데, 이 역시도 엄마의 책임이었다. 엄마가 딸에게 남자와 관계한 얘기를 수도 없이 해, 결국 그녀는 죄의식을 느끼게 되었고, 도덕적 강박증에 걸리고 말았다. 그때부터 내담자는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고, 자기가 먹은 밥그릇도 닦지 않고 아예 씻지도 않았다. 자신이 불결하고 더러운 존재이기 때문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씻으면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했다.

집에만 있다 보니 두통이 심하고 항상 가슴이 답답했다. 내담자는 환경치료가 무엇보다 우선이었고, 필수적으로 엄마와 떨어트려 놔야만 했다.


심리증상

나는 더러운 존재라는 생각을 함 / 엄마를 보면 자꾸 머릿속에서 다른 남자랑 엉켜 있는 장면이 떠오름 / 도덕적 강박증 / 쓰레기를 버리지 못함


신체증상

가슴이 답답함 / 머리가 아픔

     

환경문제

어린 시절부터 엄마가 여러 남자와 바람피우는 걸 봄

엄마만 보면 자꾸 부정적인 생각이 나서 엄마랑 같이 있는 게 괴로움






2) 엄마가 외간 남자와 관계하는 장면 없애기



예약된 시간이 되자 내담자와 엄마가 상담소를 방문했다. 모녀 뒤에는 아빠도 있었다. 원장님은 세 사람을 자리에 앉히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담자 왜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는지, 자기가 먹은 밥그릇도 닦지 않고 왜 샤워를 하지 않는지, 있는 그대로 설명했다. 엄마가 외간 남자와 바람을 피우는 모습을 내담자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경험해 도덕적 강박증에 걸렸다는 것이었다.


아빠는 기가 막혔다. 원인이 아내의 바람 때문이라고 하니 충격을 받았다. 아내에게 제 정신이냐며 소리쳤다. 하지만 원장님은 아빠의 편도 들어주지 않았다. 아내가 전적으로 잘못한 게 맞지만, 아빠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가정에 소홀했으면 아내가 10년 동안이나 바람을 피우는 것도 모르고 있었냐고 말했다. 내담자로서는 엄마나 아빠나 다 똑같은 사람이니 잘잘못을 따질 필요도 없다고 했다. 지금은 내담자를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니 부부싸움을 하려면 둘이서 따로 하라고 제지했다.


아빠가 흥분을 가라앉히자, 원장님은 내담자를 분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엄마를 볼 때마다 남자들과 뒤엉켜 있는 모습이 떠올라 같이 살면 안 된다고 했다. 아빠는 착잡한 얼굴로 그러겠다고 했다. 며칠 뒤 딸에게 원룸을 구해주었다. 그녀는 원룸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엄마만 보면 떠오르던 부정적인 생각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렇게 환경치료를 한 뒤 원장님은 본격적으로 심리치료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한 심리치료는 세부감각 지우기였다.


세부감각 지우기란 기억하기 싫거나, 떠올리기 싫은 장면이 저절로 떠오를 때 하는 심리치료이다. 내담자는 엄마만 보면 엄마가 외간 남자랑 뒤엉켜 있는 모습이 떠올라 괴로워하는 상태였다. 원장님은 이에 관한 치료를 하기로 했다.


내담자를 침대 위에 눕힌 뒤 명상최면을 시작했다. 먼저 들숨과 날숨을 뱉게 해 내담자가 편안한 자세를 유지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말했다.

“자, 지금부터 선생님이 말하는 걸 그대로 떠올려. 알겠지?” 

“네.”

“하은이가 떠올릴 건, 평소에 엄마를 보면서 괴로워하던 장면이야. 엄마가 외간 남자랑 뒤엉켜 있는 그 이미지를 떠올리도록 해.”

내담자는 인상을 쓰며 엄마 때문에 괴로워하던 이미지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떠올렸니?” 

“네.”

“보이는 게 뭐야?”(시각 질문)

“엄마가 어떤 남자하고 한 침대에 뒤엉켜 있는 모습이에요.” 

“주변에 또 보이는 게 있니?”(시각 질문)

“아무것도 없어요. 모두 어둡고 침대에 엄마하고 남자뿐이에요.” 

“그 이미지에서 들리는 소리가 있어?”(청각 질문) 

“네, 엄마하고 남자의 신음이요.” 

“또 다른 소리는?”(청각 질문)

“침대가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요.”

“그 소리를 듣고 있는 나는 어떤 생각이 들어?”(청각 질문) 

“둘 다 미쳤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내담자는 괴로운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좋아. 하은이는 지금 엄마가 다른 남자하고 한 침대에 엉켜 있는 모습을 보고 있어. 주변은 어둡고 엄마와 남자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아. 그리고 두 사람의 신음이 들리고 침대에서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나.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엄마와 남자가 미쳤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그 이미지를 보고, 듣고, 생각하고 있는 내 느낌은 어때? 어떤 느낌이 들어?”(신체감각 질문)

“더럽고 불결하다는 느낌뿐이에요.”

“그렇구나. 하은이는 그 장면이 떠오를 때마다 더럽고 불결하다는 느낌을 받았구나.”

“네….”

내담자가 말끝을 흐렸다.


원장님은 부드럽게 말했던 처음과는 달리 이번에는 목에 힘주어 말했다. 

“자, 이제 선생님이 하나, 둘, 셋, 하면 그 이미지를 네모난 액자에 넣는 거야. 하나, 둘, 셋! 이미지를 액자에 넣었습니다! 넣었니?”

“네.”

“이제 그 액자를 내 눈앞으로 당겨. 왼손으로 액자를 잡아. 그리고 오른손에는 먹물이 뚝뚝! 떨어지는 붓이 있어. 그 붓으로 하나, 둘, 셋! 하면 한방에 지우는 거야? 자- 하나, 둘, 셋! 액자를 새카맣게 지웠습니다! 모두 지웠나요?”

“네.”

“잘했어. 이제 왼손으로 액자에 있는 이미지를 꺼내도록 해. 새카맣게 칠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미지를 왼손 집게손가락으로 꺼내. 그리고 내 오른손에는 활활~ 타오르는 횃불이 들려있어. 이 횃불로 하은이가 괴로워했던 이미지를 모조리 태워 없애버리는 거야.”


원장님은 내담자가 명상최면을 따라올 수 있도록 몇 초간의 시간을 준 뒤 말했다.

“자! 이제 횃불로 이미지를 태워. 이미지는 순식간에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내가 왼손으로 잡고 있는 손끝까지 타오릅니다. 아주 잘 타고 있어요. 이제 선생님이 하나, 둘, 셋 하면 이미지는 재도 남지 않고 모조리 타버립니다. 자- 하나, 둘, 셋! 오우~ 이미지가 흔적도 없이 타서 없어졌습니다. 없어졌나요?”

“네….”

“좋습니다. 그럼 다시 이미지를 떠올리도록 합니다.”

원장님은 여기서 끝내지 않고 처음부터 명상최면을 시작했다.

“다시, 엄마가 남자랑 한 침대에 뒤엉켜 있는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떠올렸나요?”

“네.”

“어떻게 보이죠?” 

“흐릿하게 보여요.”

“처음에 봤던 모습보다는 흐릿한가요?” 

“네.”

“좋습니다. 그럼 그 이미지를 네모난 액자에 넣습니다.” 

내담자는 이미지를 액자에 넣었다.

“그 액자를 다시 내 눈앞에 가져오세요. 그리고 내 오른손에는 먹물이 뚝뚝 떨어지는 붓이 있습니다. 그 붓으로 하나, 둘, 셋. 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도록 새카맣게 칠하세요. 자- 하나, 둘, 셋! 붓으로 새카맣게 칠했습니다! 새카맣게 칠해졌나요?”

“네.”

“이제 그 액자를 처음 있던 자리에서 봅니다. 그리고 눈에서 멀리 밀어내세요. 하나의 점이 될 때까지 멀리~ 계속 밀어냅니다. 하나, 둘, 셋, 하면, 점이 된 액자는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자- 하나, 둘, 셋! 오우! 액자가 깔끔하게 사라졌습니다. 사라졌나요?”

“네.”

“좋습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고… 다시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고… 눈을 뜨세요.”

내담자는 명상최면을 마치고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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