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인 화가 그림
향기
꿈을 꾸었다 너의 향기가 내려오는 것을
나는 그것을 잡을 줄 알아 달려갔다
매일 둥둥 떠 있는 이 마음을 너는 알지 못할 것이다
허망함에 눈을 뜨면 나는 오늘도 다른 얼굴 색깔을 하고 있다
가면을 쓰는 건 어렵지 않다
미소를 띠우면 그만이고 착각 속에 사는 시간도 나쁘지 않다
우울함을 잡으면 감성도 풍부해지고 내 감정에 더 귀 기울이게 된다
그런데 꿈을 꾸었다
너의 향기가 내 머리맡에 앉는 것을
나는 신기루에 빠진 사람처럼 양팔을 허우적거렸고
잡히지 않는데도 손을 베었다
아프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꿈이라도 그 세계가 더 애틋한 게 사실이지
문제는 그곳과 이쪽 세계의 시간이 달라 매일 유리처럼 깨어난다는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이렇게나마 잠시 너의 채취를 느끼고 일어날 때면
언제나 그랬듯 웃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