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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문학관

[시] 향기

by 송아론
최영인 화가 그림


향기


꿈을 꾸었다 너의 향기가 내려오는 것을

나는 그것을 잡을 줄 알아 달려갔다


매일 둥둥 떠 있는 이 마음을 너는 알지 못할 것이다

허망함에 눈을 뜨면 나는 오늘도 다른 얼굴 색깔을 하고 있다


가면을 쓰는 건 어렵지 않다

미소를 띠우면 그만이고 착각 속에 사는 시간도 나쁘지 않다


우울함을 잡으면 감성도 풍부해지고 내 감정에 더 귀 기울이게 된다


그런데 꿈을 꾸었다

너의 향기가 내 머리맡에 앉는 것을


나는 신기루에 빠진 사람처럼 양팔을 허우적거렸고

잡히지 않는데도 손을 베었다


아프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꿈이라도 그 세계가 더 애틋한 게 사실이지


문제는 그곳과 이쪽 세계의 시간이 달라 매일 유리처럼 깨어난다는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이렇게나마 잠시 너의 채취를 느끼고 일어날 때면

언제나 그랬듯 웃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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